주부 육상선수 이리나 프리발로바(31.러시아)가 '시드니의 기적'을 일궜다. 프리발로바는 27일 밤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400m허들에서 53초02로 우승,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11만 관중이 기립박수로 응답한 까닭은 소설이 아니면 불가능한 그의 인생역정에 감동했기 때문이다.단거리 전문이던 그는 98년 유럽그랑프리 100m, 200m를 1, 2위로 통과했을 정도로 베테랑이었다. 12세 짜리 아들을 두고도 거침없는 레이스를 펼치던 그는 지난해 훈련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위기를 맞았다. 주치의까지 나서 선수생명은 물론 휠체어에 남은 인생을 의지해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는 끝내 트랙선수의 꿈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뒤 뼈를 깎는 재활훈련에 돌입했다.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한 블라디미르 파라시츄크 감독이 마지못해 권한 종목은 93년 딱 한 차례 도전했던 400m허들. 순간적인 스피드가 중요한 단거리와 성격이 다른 이 종목에서 다시 세계정상에 오르리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올 2월부터 본격 훈련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걷는 것은 고사하고 기어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첫 출전한 모나코의 국제대회에서 3위로 입상, 자신감을 얻었다. 그 뒤 유럽그랑프리에서 빼어난 기록을 세웠고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도 당당히 통과했다.
마지막 무대가 될 게 확실한 시드니에서 그는 10개의 허들을 누구보다 빨리 뛰어넘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애틀랜타 금메달리스트 디온 허밍스(자메이카)를 제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장담한 세간의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경기후 "인생의 굴곡보다는 허들이 훨씬 뛰어넘기 편했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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