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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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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기국회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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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정기국회 회기가 되면 여의도 의사당에는 활기가 넘친다. 의사당내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행정부서의 책임자와 그 보좌관들, 또는 각종 답변자료를 챙겨 온 정부 투자기관의 사람들이 상임위원회장 곳곳에 넘쳐난다.■정기국회는 1년중 국회의원이 가장 신나는 때다. 의원들만 신나는 게 아니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의 잘못을 꼬집고, 때로는 시원하게 때려주기 때문에 국민들도 덩달아 신난다. 대리만족이다. 그 신나는 때를 지금 여야 의원들이 허송하고 있다. 국회가 직무를 게을리 하는 탓에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국민들은 그같은 대리만족의 기회조차 박탈당해 짜증이 더 난다.

■정기국회 때는 본회의 및 상임위활동은 물론, 예산결산위원회와 국정감사까지 덧붙여 국회의 권능이 최대로 늘어난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국정감사가 실시되는 20일간 대상기관은 그야말로 꼬리를 바짝 내려야만 한다. 대상기관은 정부조직법상의 국가기관, 자치단체 중 특별시 광역시와 도, 정부 투자기관, 한국은행 농협 등이다. 평소 국민들의 위에 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이른바 관(官)과 그 책임자들은 모두 감사의 대상인 셈이다. 그런 관의 잘못을 따지니까 국민이 고소하다고 느낄 수밖에.

■그렇다고 국정감사가 늘 품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땐 의원과 피감기관의 태도에 눈꼴이 실 때도 있다. 고양이 쥐잡듯 피감기관을 지나치게 닦달하는 의원, 위기를 모면키 위해 시종 아첨으로 일관하는 피감기관 책임자들이 그런 대상이다. 이런 의원과 공직자는 질문과 답변의 어투에서 미사여구가 화려하다. 의원은 질문할 때마다 국민의 이름을 팔고, 공직자는 답변할 때마다 “존경하는 의원님”을 접두어로 쓴다. 그러나 눈꼴이 시더라도 이런 광경은 없는 것 보다 백번 낫다. 벌써 국회는 정기회기의 3분의 1 가량을 허송했다. 여야의 힘겨루기 탓이다. 만사가 답답한 때, 국민들이 ‘官을 향한 질타’의 대리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여야가 하루빨리 힘 겨루기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그 많은 세금을 축내면서 그 정도의 대국민 서비스도 못한단 말인가.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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