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강적 파키스탄을 꺾고 남자하키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은 28일 올림핌파크 하키센터에서 열린 준결승서 후반 21분 송성태(28.성남시청)의 결승골로 파키스탄에 1-0으로 승리했다. 접전끝에 전반을 끝낸 한국은 후반들어 체력이 달려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후반 3분과 4분 파키스탄의 아바스에게 연속 페널티코너를 허용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육탄수비로 아바스의 슈팅을 원천봉쇄했다.후반 13분 반격에 나선 한국은 사상 최초의 결승진출을 이뤄내기 위해 모든 힘을 짜냈다.드디어 기회가 왔다. 후반 21분 페널티코너를 얻어냈다. 김상렬감독은 이틀동안 준비해온 세트플레이를 쓰라고 작전지시를 내렸다.
김경석이 코너에서 패스로 내준 볼을 여운곤이 정지시켜 놓자 강건욱이 오른쪽의 송성태에게 볼을 넘겼다. 골게터 송성태는 벼락같은 슈팅을 날렸다. 결승골이었다. 파키스탄은 만회하려고 반격에 나섰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홈팀 호주를 페널티 스토로크 5-4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한 네덜란드와 30일 금메달을 다툰다.
/시드니=특별취재반
■한국하키 희망봉 송성태
"공이 맞는 순간 골인이라고 직감했습니다."
28일 파키스탄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송성태(28. 성남시청)는 일찌감치 한국 남자하키의 희망봉으로 주목받아온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이번 올림픽에서도 파키스탄과의 결승골을 비롯, 모두 4골을 넣어 팀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올스타에 뽑혔을 정도로 국제무대에도 잘 알려진 송성태는 독일 뮌헨 그랜드바흐클럽연수를 다녀온뒤 기량이 무르익었다. 지난해 6월 연수도중 열렸던 챔피언스트로피대회 영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자 그랜드바흐클럽측은 송성태의 연수기간을 당초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부산 내성중 1학년때 하키에 입문한 송성태는 부산전자공고, 청주대를 졸업한뒤 성남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1994년 12월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뒤 6년째 대표팀 부동의 골게터로 활약하고 있다. 골을 넣은 순간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송성태는 "비디오를 보면서 새벽 3~4시까지 분석했고 공에 대한 집중력을 기르려고 노력했다" 고 말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사막에서 꽃을 피웠다"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라운드에 벌렁 드러누웠다. 파키스탄전에 체력을 소진한 선수들은 기뻐하기보다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승골을 넣은 송성태는 엎드려서 펑펑 울었고, 지성환은 한참동안 누워서 일어날 줄 몰랐다.
김상열(45)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뇌리에는 태릉선수촌의 인조잔디구장이 워낙 열악해 성남으로 이동, 여관생활을 하면서 비지땀을 흘린 2년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드니로 떠나기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태릉선수촌의 메달 예상종목에도 빠져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경기직후 기자회견에서 실업팀이 1개밖에 없는데다 등록선수가 2,000여명밖에 안된다는 김상열 감독의 설명에 외국기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한국 남자하키의 올림픽 사상 첫 결승진출은 척박한 한국하키의 현실을 딛고 이뤄낸 쾌거였다.
결승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했다. 예선서 홈팀 호주의 텃세에 밀려 2-3으로 패해 2승2무1패를 기록, 인도와 공동2위를 차지한 한국은 승자승원칙에 따라 4강에 올랐지만 실력만큼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올해 전적서 1무2패로 열세를 보였던 파키스탄과의 경기는 한 마디로 작전의 승리였다. 파키스탄의 페널티코너가 세계최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상열 감독은 페널티코너 수비를 집중 연습했다. 공교롭게도 수비방법은 파키스탄이 지난해 한국과의 경기서 써먹었던 기술이었다.
김 감독은 파키스탄의 아바스에게 페널티코너킥을 허용하면 90%이상 골이라는 것을 알고 집중 대비했다. 먼저 골키퍼가 가운데 서 있지 말고 오른쪽 1m 앞으로 전진해 골대 왼쪽 모서리에 꽂히는 슈팅을 막는다는 것. 게다가 슈팅의 각도를 좁히기 위해 '4인방의 육탄방어조'를 결성했다.
12번 임정우, 3번 서종호, 6번 한형배, 4번 김철환이 바로 육탄방어조의 주인공들. 순서대로 아바스의 슈팅을 향해 몸을 날리며 각을 좁힌 다는 것. 만일 공이 허리위에 맞으면 한국볼이 되고, 다리부근에 맞으면 다시 파키스탄에 페널티코너를 허용하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파키스탄과의 경기서 전문 페널티코너 키커 여운곤이 파키스탄의 이런 수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바 있다. 12번 임정우는 페널티코너를 막다 부상을 당해 결승전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장 강건욱은 "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호주나 네덜란드나 다 어려운 상대지만 몸을 던져 금메달 사냥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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