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보증 외압'등 무엇이 문제인가‘정부출자 보증기관 보증서는 공짜 수표?’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 대출보증 외압의혹 이후 전국 각지에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보증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보증기관의 업무한계가 도마에 올랐다.
신보기금 고위관계자는 26일 “기업들이 신보기금 보증서를 제시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부도 등으로 못갚게 돼 대신 갚아준(대위변제) 자금의 규모는 올들어 8월말 현재 6,47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대위변제 규모가 이처럼 큰 것은 기업들이 신보기금의 보증서를 금융기관에 제시하고 대출을 받으면 부도가 나더라도 신보측이 무조건 갚아주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마찬가지다.
신보기금은 올해 25만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20조원 규모의 보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 신용보증 대출 못하면 팔불출?
신용보증기금은 일반 중소기업, 기술신용보증은 벤처나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보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증서를 아무나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보와 기술신보측은 기업체 보증 규모를 연 매출액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증금액이 3억원 이상이면 자기자본의 300% 이내만 보증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 대출금을 연체한 사실이 있어도 보증 금액은 크게 줄어든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크월드의 경우 98년 매출액은 51억원. 이미 5억원의 대출 보증서가 발급된 상황이었다. 영동지점 실무진은 지난해초 보증 요청이 들어오자 종합 진단 결과 ‘5억원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일각에서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눈 먼 수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신보가 보증한 자금을 갚지 못하면 당좌수표 부도에 준하는 적색거래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추후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 대출보증 전문 브로커까지 횡행
문제는 이같은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일단 받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드는 기업이 많다는데 있다. 특히 인력 부족으로 일선 지점마다 한 직원이 200여개씩의 업체을 담당하면서 졸속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40)는 “일부 직원이겠지만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도 직전의 기업에 대해 대출해주는가 하면, 대표이사의 신용이 불량한 경우 ‘대출 받을 때만 등기부상 다른 사람 명의로 대표이사직을 바꿔오라’고 귀띔해 주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보와 기술신보 보증서는 담보없이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연대보증이나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증기관 각 지점 주변에서 보증서를 받아주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브로커들도 근절되기는 커녕 최근 기업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늘고 있는 상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차제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등 보증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