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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WTO가입 내년으로 연기?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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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서 예기치 않은 암초에 부딪쳐 가입 시기가 내년 초로 늦춰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됐다.중국의 WTO 가입은 지난해 11월 미국, 지난 5월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쌍무협정 체결로 올해 안에 실현될 것으로 다들 낙관했으나 세부 가입조건을 정하기 위해 이달 중순 재개된 WTO와의 협상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이 중재를 제안하고 나서 샬린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 대표가 곧 중국을 방문,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의 자격문제다. 중국은 최근 WTO 가입작업반 비공식 회의에서 자국 산업 보호에 유리한 개발도상국 자격으로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WTO는 자유무역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개도국에 대해서는 일부 주요 산업에 한해 쿼터제 등 제한된 보호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측은 농업 금융 수송 보험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개도국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WTO가입으로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WTO측은 중국이 개도국 자격으로 가입한다면 WTO 체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WTO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이 과연 WTO가 요구하는 시장 개방 일정 등을 제대로 준수할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또 WTO는 지적소유권 분야 등에 세부적인 시장개방 일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은 WTO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정기 감독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EU와의 5월 쌍무협정에서도 보험시장을 개방, 60일 이내에 7개 유럽 보험회사의 중국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2개 회사만 허용했을 뿐이다.

중국과 WTO의 갈등은 급기야 중국이 WTO측 협상 실무대표 피에르 루이스 지라드에 대해 편견이 심하다고 인신공격을 하고, 지라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WTO나 중국의 협상 관계자들은 이번 일로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중국의 연내가입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WTO 가입협상은 개별 협정을 원한 39개 회원국과의 쌍무 협상과 WTO측과의 다자간 협상 등 두 축으로 진행되어 왔다. 쌍무협상은 미국, EU등 주요 나라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돼 멕시코만 남겨두고 있다. 개별 쌍무협정체결이 끝나면 WTO 138개 전체 회원국과의 단일 다자간협정 체결로 가입절차는 마무리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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