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는 국부(國父) 케말 파샤의 얼굴이 새겨진 1,000만원권 (1,000만 터키리라) 지폐가 한국의 1만원권 만큼이나 흔하다. 극심한 인플레 때문에 지폐의 최소단위도 10만 터키리라(TR)다.터키에서는 전차를 한번 타려면 40만 TR을 내야한다. 공중화장실을 한번 이용하는데 10만 TR이다. 밥 한끼를 먹고도 수백만 TR을 내야한다.
환율은 1달러당 66만 TR이다. 그러니까 1,000만 TR이라고 해봐야 가치는 10여달러에 불과하다. 심하게 말해서 돈이나 종이나 별 차이가 없는 이상한 나라다.
터키는 93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치를 두 차례나 받았다. 통상 인플레가 연 70%에 이르고 민간은행의 이자율도 연 60%대다.
정부는 올해 물가인상률을 25%이내로 잡겠다고 했지만, 9월 현재 이미 23%를 넘어섰다. 터키가 이토록 인플레에 시달리는 이유는 중앙 은행이 엄청난 재정적자를 긴축으로 막는 대신 돈을 찍어 메우기 때문이다.
터키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유럽과 아시아대륙에 걸쳐있는 국가다. 산업구조는 아시아농업국가처럼 밀, 담배 등 1차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 반면, 복지 수준은 유럽을 지향한다. 따라서 수입은 별로 없는데 지출은 많은 것이다.
터키 정부는 2002년 1월1일을 현재의 화폐 단위를 무려 100만 분의 1로 축소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화폐개혁이 인플레를 줄이기 보다 단지 지갑의 무게를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고있다.
이스탄불=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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