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회장이 채권 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고 고위 공직자가 정책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또는 은행의 사외이사를 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오너(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사외이사에 이해관계가 얽힌 공직자나 기업인이 임용될 경우 이들이 경영견제는 커녕 '방패막이'나 '로비스트'로 활용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외이사들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월 200만~300만원의 급여를 받는데다 스톡옵션을 받아 사실상 대주주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았던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의 사임 이후 사외이사를 '동네북' 취급하면서 철저한 검증없이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사외이사제의 조기 정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실태
정보통신부 산하 정부통신정책심의위원회 곽수일(郭秀一·서울대 교수)위원장과 이기호(李基浩·이화여대 교수)위원이 각각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LG전자와 한국통신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성순(李成舜) 비상임위원 등 3명이 제일화재보험 등의 사외이사로 재직했고 금융감독원의 한문수(韓文洙) 상임고문은 3월부터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서강대 국찬표(鞠燦杓) 교수 등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 3명은 삼성엔지니어링 등 재벌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가 최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 마구잡이 비판은 말아야
사외이사가 공직자나 관련 기업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이미 사외이사의 소속 기업이 안건에 오른 경우 해당 이사를 의결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제도 운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무조건 사외이사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박상용 금감위 비상임위원은 "참여연대 추천을 받아 데이콤의 사외이사를 맡았다"며 "비상임위원은 상정되는 안건만 처리하므로 사실 관련 회사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 과제 선진국에서는 정부 산하위원회 비상임 위원들이 민간기업 사외이사 맡는 경우 자신이 소속한 기관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에 대한 처리 안건이 올라오면 의결에서 빠진다. 전문가들은 기업 오너의 영향력에 맞서 할말 할 수 있는 지위나 학식 갖춘 사람이 얼마 없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므로 사외이사 윤리규정, 梧너의 대주주 추천을 견제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