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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스나이더 "자연을 알수록 정신이 깊어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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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스나이더 "자연을 알수록 정신이 깊어지듯..."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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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ㆍ70)는 흔히 ‘미국인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시인’으로 평가된다.‘2000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그와 28일 인터뷰를 가졌다. 게리 스나이더는 시인이자 선(禪)불교사상가, 환경ㆍ생태운동가이자 반문화운동가이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자신의 문학과 실천적 삶으로 미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가본 것으로 아는데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소감은.

“힌두 사상이 불교와 함께 ‘불해(不害)’라는 윤리적 사상을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이 사상이 사람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포함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것이 나를 결정적으로 아시아로 끌리게 했다. 10여년간 일본에서 선불교에 심취했고, 1962년에는 달라이라마를 만나기도 했다.

일본 인도뿐 아니라 대만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을 방문했는데 막상 한국은 처음이다.

그간 한국을 찾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이번 방한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나의 이해를 완결하고픈 욕심이다. 서울의 인상은 깔끔했고 수제비가 특히 맛있었다.”

- 당신은 미국에 선불교명상센터를 설립하는등 불교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실제로 미국 대중의 의식이 동양사상으로 인한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순한 유행은 아닌가.

“미국은 복잡한 다문화사회인데, 최근 정신의 길에 대한 심층적 추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미대륙의 특징은 광대한 자연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인가를 배우는 중이다.

개발로 심한 환경파괴가 있었지만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 많고 최근 젊은이들도 이를 깊이 인식해나가고 있다.

불교에의 관심은 그 윤리적, 철학적 측면과 함께 무엇보다 일단 시도해볼 것을 권유하는 불교의 강한 경험적 성격이 미국인들의 정서와도 맞아떨어진 데서 나왔다고 본다.”

- 불교 연구, 환경운동과 문학활동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옛 스님들은 모두 시인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웃음). 그것은 자연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넓어지고 정신이 깊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당신은 이번 포럼에서 ‘현존하는 세계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제시, 하나의 실현이며 아무것도 대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태문제에 대한 입장은.

“분명한 것은 지구의 생태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가 생명을 가지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제개발을 위한 제3세계의 자연파괴는 사회정의뿐 아니라 생태정의라는 면에서도 커다란 책임이 있다.

최근 세계화에 반대하는 프라하에서의 시위는 이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 한국은 시의 독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당대 문학에서 시의 위치에 대한 생각은.

“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현대시의 두터운 독자층이 있는 나라는 없다고 본다. 한국의 시 독자는 전통적 시의 독자인지 현대시의 독자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미국에도 끊임없이 시 낭송회가 열리는등 아직도 시 문화는 살아있다.

얼마전 클린턴 대통령이 시인 60명을 초청해 만찬을 한 것을 보아도 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정도를 알 수 있다.”(그러나 게리 스나이더 자신은 당시 클린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초청받고도 불참했다고 밝혔다)

30년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지역에서 토착민, 환경보호론자들과 야생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게리 스나이더는 26일 열린 포럼에서는 소동파(蘇東坡)의 한시를 인용한 자신의 장시 ‘끝없는 산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9일 오후4시 교보빌딩 강당에서 고은 시인과 시 낭송회를 열고, 10월6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전국의 주요 사찰들도 둘러볼 예정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약력

▦1930년 출생, 리드 대학에서 문학과 인류학 전공

▦1958년 이후 10년간 일본에서 선불교 연구

▦1974년 ‘거북섬’으로 퓰리처상 수상

▦1983년 ‘도끼자루’로 전미도서상 수상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학 교수

▦주요작품 ‘신화와 텍스트’ ‘무성’ ‘야생의 삶’ ‘끝없는 산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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