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풀냄새벗고 감미로운 향기
2000/09/27(수) 20:43
'여행스케치' 풀냄새벗고 감미로운 향기
" '자연' 이나 '전원'같은 말은 이제 별로 달갑지 않네요. " 기타와 작곡을 맡은 남준봉(30) 은 대뜸 이런 부탁을 한다. 여행스케치 하면 항상 1집 '별이 진다네'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겐 다소 의외의 주문이다.
그들의 애칭은 '여치'이다. '여행스케치'의 준말이기도 하지만 '별이 진다네'의 배경에 깔린 여치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름이나 팀의 이미지, 포크라는 장르에서 자연친화적인 냄새가 짙게 난다. 하지만 음악생활 10년에 들어선 이즈음에는 '별이 진다네'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음악하는 사람이 대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라는 리더 조병석(32)의 말처럼, 8집 'Love Story'에서는 '포크록'이라는 장르 정체성을 떨쳐 버리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펑키, 재즈, 록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편안하고 친숙한 이지 리스팅 스타일로 구축했으며 현악을 비롯한 다채롭고 세련된 악기편성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감미로운 멜로디라인을 만들었다.
맑고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반주와 편안한 화음의 타이틀곡 '왠지 느낌이 좋아'는 발매 3일반에 벌써 방송횟수 수위(首位)에 오를 정도로 정말 '느낌이 좋다'.
앨범 자켓에 찬조출연한 세 살짜리 강아지 나나를 데리고 노는 그들은 여전히 초등학생처럼 천진하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
대학가의 H.O.T'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이들은 유난히 대학축제에서 인기가 높았건만 요즘은 으레 이벤트회사와 댄스가수들이 동원될 만큼 대학축제도 달라졌다.
'별이 진다네'의 그윽하고 전원적인 향수를 간직한 이들은 이미 각박한 삶에 부대끼는 30대가 되었다.
다행히 육중한 기계음과 현란한 댄스의 홍수에서도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을 찾는 '아이러브 스쿨'이 대성황을 이루고 , 92년 3집에 실린 여치의 '국민학교 동창회 가던 날'이 새삼스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을 위해 작은 야유회를 마련했다.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오후 7시에 예술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의 제목은 '소풍'. 탁트인 야외에서 김밥과 사이다를 들고 연인 혹은 가족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공연이다. (02)538-3200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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