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드림팀에게 일본은 없었다.27일 야구 3, 4위전이 열린 시드니 야구장. 전날 미국과 접전을 펼치며 2-3으로 분패한후 새벽 2시(이하 현지시간)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던 드림팀 선수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30분께.
예선에서 비록 7-6으로 이겼지만 퍼시픽리그의 내로라하는 프로선수 8명으로 구성된 일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일본의 선발투수는 예선과 마찬가지로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즈).
하지만 일본의 우세 예상과는 달리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좌완선발 구대성이 8회까지 일본타선을 압도했고 마쓰자카도 예선전 부진을 만회하려는듯 혼신의 투구를 했다.
구대성은 8회까지 기막힌 컨트롤과 완급을 조절하는 피칭으로 상대타자들의 완벽하게 제압했다. 8회까지 단 3안타만 맞고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마쓰자카도 7회까지 삼진 10개를 뺏어내며 3안타 무실점.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은 8회말 드디어 깨졌다. 박진만(현대)이 유격수쪽 내야안타를 친후 9번타자 정수근(두산)의 희생번트로 2루까지 진루했다. 다음타자 이병규(LG)의 2루수앞 땅볼이 내야안타로 처리되며 주자는 1, 3루. 선취점을 뽑을 절호의 기회에서 박종호(현대)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찬스가 무산되는듯 했다.
이때 이병규가 2루 도루에 성공해 2사 2, 3루에서 국내프로야구의 간판스타 이승엽(삼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예선에서 마쓰자카를 투런홈런으로 공략했던 이승엽은 이날 마쓰자카의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3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관중의 눈과 귀가 일본 최고투수와 한국최고타자에게 쏠렸다. 결정타 한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승엽의 방망이가 부드럽게 돌아갔다.
마쓰자카의 7구를 때린 이승엽의 타구는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며 좌중간을 갈랐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계속된 찬스에서 김동주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이미 승부는 한국쪽으로 기울었다.
일본의 9회초 마지막공격. 구대성은 1사후 마쓰나가에게 2루타, 다나카에게 중전안타를 잇따라 허용하며 1실점. 그러나 구대성은 후속타자들을 삼진과 범타로 처리했다.
9이닝동안 삼진을 11개나 잡아내고 5안타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둬 올림픽 야구에 첫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일본의 영웅 마쓰자카는 덕아웃에서 눈물을 훔치며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 시드니=특별취재반
■이승엽 인터뷰
9경기동안 28타수 5안타 7타점. 삼진 12개.
이승엽의 성적표는 한국최고의 홈런타자라는 명성을 무색케 하지만 일본전만큼은 이름값을 했다. 이날도8회 2타점 적시타로 팽팽한 균형을 깬 뒤 비로소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졌다.
-소감은.
"야구에서 첫 메달을 따게 돼 기분이 좋다. 준결승이 늦게 끝나 수면부족에 시달렸는데 일본을 이겨 다행이다."
-4번째 타석에서의 느낌은.
"중반까지 마쓰자카의 스피드와 변화구에 적응을 못했다. 8회 마쓰자카가 힘이 떨어져 실투를 한 것 같다."
-구질은 무엇이었나.
"한가운데 직구였다. 맞는 순간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연속 삼진으로 자신감을 잃어 2-3,풀카운트까지 몰렸을 때 볼넷으로 걸어나갈 생각도 들었다."
-올림픽 경기가 본인에게 도움이 됐는가.
"최고선수들과 호흡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프로생활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에 올림픽에 나간다면 동메달보다 더 나은 메달을 따고 싶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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