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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섭 "얼마나 아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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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섭 "얼마나 아팠으면..."

입력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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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투혼은 누가 뭐래도 금메달이었다.예선서 늑골을 다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상태서 진통제를 맞으며 끝가지 최선을 다한 김인섭(27.삼성생명)이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김인섭은 27일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8kg급 결승서 2분34초만에 아르멘 나자랸(불가리아)에 폴패했다. 이 체급 최강자로 준결승까지 45연승을 달리던 김인섭에게 폴패란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에는 훈련량도, 의지력도 소용없었다.

김인섭은 경기시작 27초만에 주특기인 엉치걸이를 성공시켜 3-0으로 앞서나갔다. 엉치걸이는 김인섭의 장기. 상대는 알면서도 당하기 일쑤다.

98년 세계선수권서 똑 같은 기술로 김인섭에 밀려 3위에 그쳤던 나자랸은 또 다시 김인섭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듯 했다. 그러나 1분54초 께 김인섭이 선득점하고 방어자세로 나온다고 판단한 주심이 패시브를 선언했다.

순간 딜쇼트 아리포프(우즈베키스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서 입은 늑골부상의 악몽이 떠올랐다. 나자랸은 집요하게 김인섭의 왼쪽 옆구리를 노렸고 통증속에 파테르 방어를 포기한 김인섭을 들어던지기로 5점, 보너스 1점, 다시 가로들기 5점으로 맹폭, 폴승을 거두고 말았다.

고통속에 얼굴이 일그러진 김인섭은 한동안 눈을 뜨지도 못했다. 결승에 진출한뒤 집에 전화를 걸어 "뼈가 부러져도 이기고 매트에서 내려오겠다"고 각오를 밝혔지만 인간으로서 고통까지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김인섭은 진정한 투혼을 보여줬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김인섭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올림픽만 아니라면 벌써 기권했을지도 몰랐다. 김인섭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불가리아의 강호 아르멘 나자랸과의 58kg급 결승전. 출발은 좋았다. 29초만에 엉치걸이를 성공시켜 3점을 따내 금메달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왼쪽 늑골과 왼쪽 손가락에 부상을 당한 김인섭은 방어에 치중하다 패시브를 선언당했다. 나자랸은 김인섭의 왼쪽 늑골 부상을 눈치챘는지 공교롭게도 부상부위를 압박하며 특기인 가로들어던지기를 시도했고 5점을 따냈다.

나자랸은 계속 김인섭의 왼쪽 몸통을 압박하며 흔들었고, 숨을 못쉴 정도의 고통을 느낀 김인섭에게 방어는 아예 불가능했다. 두차례 가로 들어던지기를 허용한 김인섭은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매트에 드러눕고 말았다.

전광판의 시계는 2분34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눈물겨운 부상투혼도 2분34초가 한계였다. 김인섭은 예선부터 불운의 연속이었다.

카자흐스탄의 멜리첸코와 우즈베키스탄의 아리포프와 연속 재경기를 하는 등 풀타임으로 2경기를 더해 자신이 있었던 체력도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오로지 정신력만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2회전서 당한 왼쪽 늑골부상이 그를 압박했다.

김인섭은 부상부위를 숨기려고 위장동작까지 했다. 8강전에서는 팔이 아픈척 하며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부상부위를 감췄지만 준결승전에서 들통나고 말았다. 중국 셍제티안과의 준결승에서 너무 아픈 나머지 늑골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부상부위를 노출시키고 만 것.

김영준KBS해설위원은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했다. 몸만 성했으면 이렇게 힘 한번 못써보고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장창선태릉선수촌장도 "부상을 무릎쓰고 투혼과 정신력으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김인섭 인터뷰

"후회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인섭은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듯 매트를 돌아봤다.

-소감은.

"부상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나왔다.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는데 아쉽다."

-경기는 어땠나.

"2회전때 다친 왼쪽 늑골부위의 부상 때문에 주사를 맞고 출전했는데 아쉽다."

-스파링 파트너를 해준 동생(김정섭)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가족들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은.

"더 열심히 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때 금메달에 다시 도전하겠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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