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존의 의료보험체계를 환골탈태하고, 보다 적극적인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7월1일 출범했다.227개 지역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보조합을 통합한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의보조합을 하나로 합친 거대조직이다. 하지만 지금껏 아무런 기능을 못한 채 ‘방만한 경영’, ‘극렬한 노사갈등’의 대명사로만 통해왔다.
노조측은 ‘감금·폭행’ 사건을 일으킨 뒤 끝없는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2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을 징계했다. 그런데 노조가 파업 84일만인 20일 파업 철회를 전격 선언했다.
박태영(朴泰榮·59) 이사장은 “파업도 알고보면 공기업의 방만경영, 직원들의 잘못된 인식구조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이사장은 “노사가 협조해 사태를 빨리 수습한 뒤 투명성과 효율성을 갖춘 공기업의 새로운 조직 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의료보험 통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했던 국민들이 크게 실망했고 3개월여동안 불편도 감수했습니다.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국민에게 정말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단에는 그동안 온갖 불법 탈법이 누적돼 왔는 데도 서로 묵인해왔습니다. 경영권이 훼손된 게 치명타입니다.
노조가 어떻게 경영권을 접수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답답합니다.”(그는 ‘연고지는 본인 근무희망지를 의미한다’는 내용의 1998년말 체결된 인사관련 단체협약 문서를 보여줬다.)
-파업기간중 민원(民怨)을 많이 받았을텐데 어떤 답변을 주셨나요.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정말 좋은 서비스를 하기위한 진통으로 봐달라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간의 부실했던 의료보험 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있었고, 차제에 구조조정으로 개혁하라는 격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단의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세금과 보험료로 운영됩니다. 경영 투명화, 경영 능률화, 경영 효율화, 직원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고 서비스의 질과 양을 대폭 확충해 국민부담을 덜어주는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모 공기업의 운전기사 연봉이 6,000만원이 넘는다는 감사원 지적도 있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어떻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공기업 과잉 인력문제는 과거정권으로부터 인적구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검증없이 특채로 많은 인력을 채용했어요.
그걸 구조조정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경영 합리화가 노동운동을 통해 접근되다 보니 정작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조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의료보험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한 복안이 있을텐데요.
“우선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노사가 함께 일대개혁을 해 국민을 위해 공단을 재탄생 시킬겁니다.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영을 투명화해 가장 합리적인 경영책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노사가 협조해 그러한 조직모델을 만들 작정입니다.
대개혁의 수단은 인사가 되겠지요. 1만2,000명의 직원을 관리할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생각입니다. 10월부터는 공로연수제와 명예퇴직제 등을 한시적으로 도입해 장기근속자가 후배를 위해 용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예정입니다.”
-질 높은 의료보험 통합 서비스체계를 구상하고 있다면서요.
“전제조건을 먼저 충족돼야 합니다. 조직 안정이 최선입니다. 노동운동도 법과 규정안에서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리고 원스톱 서비스, 즉 민원인들이 전국 어느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도 단 한번에 보험관련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선진국의 사회보험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겠습니다.”
서울대 상대 졸업(1966년)
교보생명 부사장(1987~1991년)
14대 국회의원(1992년)
산업자원부 장관(1998년 3월~1999년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초대 이사장(2000년 7월)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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