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의 으뜸 먹거리는 전어(錢魚). 이맘 때면 경남과 충남, 그리고 함경도 바닷가는 전어의 풍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 맡고 돌아온다'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의 맛은 각별하다.
돈(錢)이 아깝지 않은 고기라는 의미를 가진 전어. 비린 듯 고소하고, 담백한 듯 하면서 풍부한 맛이 넘친다.
회는 물론 온갖 야채를 넣고 함께 버무린 무침, 어슷하게 칼집을 내고 왕소금을 뿌려 숯불에 올린 구이 등 요리법도 다양하다. 지방이 2%밖에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으뜸이다.
깊은 바다에 살다가 9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연안에 떼로 몰려들어 강 하구와 부둣가를 은색으로 수놓는다.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 지금부터 11월 말까지. 고깃배들이 전어잡이에 열을 올릴 때이다. 충남의 아담한 고기잡이 마을 홍원항(서천군 서면 마량리, 도둔리)이 가을 전어 축제를 벌이고 있다. 10월6일까지. 마을의 회 잘 뜨는 아낙네들이 빠짐없이 나와 잔칫상을 차린다.
주민들이 추렴해 800만 원을 마련했고 군에서 200만 원을 보탰다. 작지만 추억은 물론 이익도 많이 남는 축제이다.
전어는 다른 활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1㎏에 2만 원 선. 2㎏이면 4, 5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1㎏는 회로 썰고 1㎏은 반을 나눠 무치거나, 구우면 전어의 풍미를 빠짐없이 즐길 수 있다. 고소한 뒷맛에 소주잔이 절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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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에는 전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산 소곡주, 자하젓, 까나리 액젓, 서천 감, 꽃게 등 특산물 장터도 운영된다. 흥겨운 가락이 빠질 수 없다. 축제 기간 내내 풍물놀이가 작은 항구에 메아리친다. 마량리는 서해안에서 드문 해돋이 마을. 서천의 곶부리가 비인만을 감싸고 남쪽으로 휘돌아 동쪽 바다를 볼 수 있게 했다. 마량 방파제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서해안이니까 해넘이도 일품이다. 천연기념물 169호인 동백나무 숲이 해안으로 나있다. 숲은 언덕 위에 있는데 동백정이라는 정자가 놓여있다. 정자에서 보면 앞바다의 오역도 뒤로 해가 넘어간다. 오역도는 소나무가 무성한 섬. 소나무를 까맣게 태우면서 넘어가는 해의 모습이 아름답다.
최근 서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떠오른 춘장대 해변이 지척이다. 곧게 뻗은 송림과 드넓은 갯벌이 일품인 춘장대 해변은 피서철이 아니더라도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사람의 발길에 소스라치며 줄행랑을 놓는 작은 게, 숨구멍을 남기고 모래 속에 숨은 쏙(바닷가제의 일종) 등이 지천이다. 아이들의 탄성이 터진다.
서천=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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