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도덕적이고 인륜적으로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고 말했다. '피델리티 (Fidelity)' 는,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여성에 있어서의 '정조' 란 무엇인가,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 영화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이다.
사진작가 클레리아 (소피 마르소) 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출판업자 클레베 (파스칼 그레고리) 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결혼식에서 그는 '정조' 를 맹세한다. 그 맹세를 지키기위해 그는 자기 내면과 싸운다. 동료사진작가 네모 (기욤 카네) 의 구애가 순수하고 끈질길수록 그의 내면의 갈등과 싸움은 더욱 격렬하고 애처롭다.
줄랍스키 감독은 그것을 클레리아의 반발적 집착과 사진이란 장치를 통해 표현한다. 클레리아가 심하게 흔들리듯 찍은 인물 사진들은 마치 통제를 벗어난 그의 욕망과 감정처럼 보인다.
그것은 결혼식장에서 네모가 찍은 그녀의 행복해 보이지 않은 표정의 사진에서도 나타난다. 남편을 잃고 수도원에서 꽃잎의 물방울을 선명하게 찍을 때 그 갈등은 사라진다.
'피델리티' 는 줄랍스키 감독의 '샤만카' 와는 대조적이다. 과감한 성 개방과 엽기적 표현에서 보수적이고 고답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소피 마르소의 연기는 선정적이지만 네러티브 (서사구조) 를 무너뜨린 영화는 관객의 감정과 이해를 무시한다. 그
래서 불친절하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단순한 감정의 변화들을 짜증나게 반복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탄탄한 구조를 고수해온 줄랍스키 감독의 욕망에 대한 솔직한 시선과 여성을 억압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변화된 표현이라면 할말이 없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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