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생산적 복지제도의 대명사처럼 선전해온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 시행이 10월1일로 임박했다. 수입도 재산도 근로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월 93만원까지 생활비를 공짜로 주겠다니 가히 선진국형 복지제도라 할 만하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데, 국민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내년도 복지예산을 1조원 이상 늘렸다.그러나 제도 시행을 눈 앞에 두고도 준비가 덜돼 무리하게 강행하면 여러가지 잡음이 생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대상자 선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선정이 끝난 지역도 공정성과 적정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꼭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탈락되고,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선정된 사례가 많아 벌써부터 잡음이 들려온다.
대상자 선정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시·군·구 담당직원과 사회복지사들에 따르면 인원부족으로 제대로 선정작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인데, 선정기준까지 자주 바뀌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꼴이 되어 작업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을 낮추려고 직장생활하는 자녀의 주민등록을 옮기고, 빚을 부풀리거나 적금을 해약하는 등 온갖 잔꾀를 부려도 이를 일일이 적발할 시간도 방법도 없다. 철야근무를 해도 남은 일이 끝 없이 밀려 현장확인이나 면담 한번 못하고, 전화를 걸어 대답하는 대로 소득을 파악하는 실정이라 한다. 특히 자영업자나 노점상들이 수입을 턱없이 낮추어 신고해도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이다.
18~60세 근로능력자 자활사업 준비는 더욱 미비하다. 이 제도는 조건없이 생계비를 지급하는 생활보호 제도와 달리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한다. 사회복지기관 등 자활 후견기관에서 실시하는 직업교육을 받으라는 것인데, 전국 70여개 후견기관의 수용능력은 대상자의 2.5%에 불과한 5,000명 정도다. 그나마 정부의 명확한 지침도 예산지원도 없어 대다수 기관들이 아직 교육 프로그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작된 빈자들을 먹여살리는 꼴이 되리라 관측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를 근거로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정할 때까지 제도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여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2의 의약분업 파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돈 쓰고 욕먹을 일을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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