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한일 정상회담 직전 한국방송공사(KBS)와의 인터뷰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는 명확하게 일본 땅”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발간된 KBS 노보에 따르면 모리 총리는 지난 18일 일본에서 진행된 특별회견에서 이같은 억지 주장을 했으나 KBS가 정작 방송을 내보내면서 이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KBS가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특집으로 기획했던 모리 총리 인터뷰가 결과적으로 말썽만 자초하게 된 셈이다. KBS 노조에 따르면 KBS 제작진은 김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이 내용이 방영될 경우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국익차원에서 이 내용을 삭제한채 21일 밤 인터뷰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독도문제에 관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일본의 영유권 시비를 가급적 무시한다는 것이다.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엄연한 우리 국토일 뿐 아니라,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걸어오는 시비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결국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본은 20세기 들어 우리 국토를 강점, 식민통치를 하면서부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또 기회있을 때마다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 함으로써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시도해 왔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공영방송 KBS가 모리 총리로부터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독도문제를 질문했는지, 그 경솔함을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방일을 돋보이게 하려다가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되고 말았다.
외교부의 일본 담당 지역국장인 아태국장이 나서 일본 총리 발언을 반박했지만 KBS의 사려깊지 못한 자세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공영방송이라면 국익을 지키는 일에 솔선해야 마땅하다. 이번 인터뷰 파문은 결과적으로 KBS가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려 준 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도문제에 관한 정부의 기본입장을 이해·지지하는 쪽이었다. 이유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독도는 명백한 우리 국토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독도정책에 문제점은 없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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