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호주 선수가 메달을 딴 경기에는 어김없이 하워드가 TV카메라에 잡힌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하워드가 수영영웅 이안 서프 등 자국의 메달리스트를 대동한 채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이번 올림픽의 일상사가 됐다.총리가 본업을 팽개친 채 경기장 나들이에 골몰한다는 비난이 일자 하워드는 "이런 국가적 대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딴 일을 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맞섰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개막식 참석 이후 단 한차례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야당 킴 비즐리 당수와 비견된다. 비즐리는 "나는 대부분의 호주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선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주최국 호주가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자 하워드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오차율 0%를 자랑하는 호주 TV의 최근 여론 조사는 올림픽으로 하워드의 인기가 40%에서 44%로 4% 상승했다. 하워드의 라이벌인 노동당의 킴 리즐리는 36%로 제자리 걸음.
사실 1996년 3월 집권한 하워드는 올림픽 전만 해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2002년 초반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는 그는 국내적으로 유가상승 등으로 인한 경제 침체, 영연방 탈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올림픽은 그야말로 이벤트. 뜨거웠던 열기는 폐막식과 함께 급속도로 식어 '평상'으로 되돌아간다. 하워드가 이 열기가 식기 전에 조기 총선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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