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우등졸업장'정부가 국제통화기금 잔여차관을 조기상환키로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차입국에서 자금공여국(Creditor:채권국)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IMF 프로그램만 종료된 '반쪽 졸업생'에서 '공식 우등졸업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181개 IMF회원국 중 현재 채권국은 36개국 뿐이다. 하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얼마나 갚나
총 195억달러의 IMF 차관 중 단기유동성 조절자금 135억달러는 작년까지 모두 상환했다. 남은 돈은 60억달러의 장기 대기성 차관으로 만기는 내년부터 2004년까지 분산되어 있다.
정부는 60억달러를 내년 1.4분기에서 4.4분기까지 15억달러씩 분할 상환할 계획이다.
■왜 일찍 갚나
IMF는 8월 23일 이사회에서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벗어난 만큼 위기극복용으로 지원했던 차관도 일찍 상환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왔고, 정부도 "조기상환은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려 차입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멕시코의 경우 2003~2005년 만기의 32억달러 차관을 지난달 전액 상환한 후 해외국채 가산금리가 0.5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러나 "IMF가 현재 위기국과 개도·빈곤국에 대한 자금지원 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재원확보를 위해 여건이 괜찮은 지원국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한국에 조기상환을 강력히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없나
정부는 그동안 '굳이 일찍 갚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왔다. 긴급유동성조절자금과 달리 대기성 차관은 '저금리 차관'이기 때문에 조기상환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조기상환 결정은 정부측 설명과 달리 ▲무엇보다 IMF(또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이 있는데다 ▲한국도 IMF 졸업을 대외적으로 못박고, 환율절상압력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경상수지 적자까지 우려되는 시점에 60억달러의 자금을 1년만에 갚는 것은 외환수급상 적절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라하(체코)=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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