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취재에 동행한 적이 있다. 극장가인 남포동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도심 번화가는 영화를 즐기는 젊은이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 풍요로운 풍경을 보며 갖가지 느낌이 교차했다. 영상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이 부러운 한편 우려되기도 했고, 문학의 축제성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하는 아쉬움이 일었기 때문이다.지금 서울에서 국제적 축제란 이름에 당당하게 값할만한 문학행사가 열리고 있다. 28일까지 계속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이다. 대중문화의 열기에야 비길 바 못되지만, 그래도 젊은이가 주축을 이룬 문학 애호가들이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국내외 저명 문인, 인문사회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포럼 참가자들을 보면 반가움을 떨칠 수 없다. 세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세기의 첫 해에 한국에서 중요한 정신의 축제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한 문인은 '문학은 인류의 신비한 역사'라고 문자언어의 소중함을 역설하는가 하면, 저명한 평론가는 '사회운동으로서 문학의 기능은 끝났다'고 문학의 파산을 외치기도 했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긍정과 회의가 엇갈리고 있었지만, 모두 진지하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 이들의 고민은 경제적 풍요와는 거꾸로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인간정신의 문제였다. 발칸반도의 소국 알바니아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정신성의 퇴보야말로 현대세계의 가장 큰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영상문화든 문자문화든, 또한 대중이 즐기는 문화든 개인이 고독하게 대면하는 문화든, 문화에는 기본적으로 축제적 성격이 따른다. 이 포럼은 우리 문학을 자극하고 문화의 축제성을 회복케 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하종오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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