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마감 이틀째가 되도록 대선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패배가 예상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2차투표 강행설이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유고 선관위는 26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일부는 귀가하는 등 개표 결과를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개표 결과가 공식 확인되지 않은 채 25일 노비사드 라디오 방송은 밀로셰비치가 다음달 8일을 결선투표일로 잡고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결선투표는 1차투표에서 과반수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실시하도록 돼 있다.
개표결과를 놓고 밀로셰비치측은 37%가 개표된 상황에서 45%의 지지율로 40%를 얻은 야당의 보예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측은 65% 개표결과, 55.3% 대 34.3%로 코슈투니차가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승리를 확신하는 코슈투니차가 이끄는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은 27일까지 선관위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경우 코슈투니차의 당선을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수도 베오그라드와 노비사드, 니스 등에 모인 수만명의 군중들은 이틀째 “밀로셰비치는 끝났다”는 구호를 외치며 승리 분위기에 젖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밀로셰비치의 패배를 기정 사실화하고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촉구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민주주의적 정권이양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차관금지, 석유금수 등 대 유고 제재를 해제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도 “밀로셰비치가 승리를 선언한다면 그것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밀로셰비치가 감행할 무리수의 가능성 때문에 유고 국내외는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브뤼셀의 연구단체인 ‘국제위기그룹’은 밀로셰비치가 선거 결과를 조작, 결선투표까지 2주간의 시간을 벌어 몬테네그로 등에서 위기를 조장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