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민기자로 선정된 허 욱씨는 전형적인 386세대다. 경기대 호텔경영학과 86학번인 그는 대학 때 총학생회 간부로 일했고 지금은 동작아카데미라는 여성문화센터의 기획처장으로 있다."제가 졸업할 때쯤 운동권들 사이에 유행한 말이 '애국적인 사회진출'이 었습니다. 대학시절에 품었던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시키느냐는 고민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역여성운동이었다.
"여서의 변화가 개혁의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으로 1989년 동작아카데미 창립멤버로 참여 했다. 현재 노래교실,사물놀이,교양강좌 등 10여개의 강좌를 운영하는 동작아카데미에 참여하는 대부분이 40~50대의 주부들이다.
"아줌마들과 지내는 게 즐겁고 보람도 많다"는 그는 "이 지역 주부 대부분이 소득 수준이 낮아 부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과 제빵 기술 등을 배우고 싶어하는데 여건이 안돼 그런 강좌를 신설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예전에는 후원해주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신문투고는 현실참여의 도 다른 방법이다. 부조리를 발견했을 때 할 말이 있을 때 늘 신문에 투고를 한다고 한다. 올해에도 5번이나 한국 일보에 그의 투고가 실렸다.
이번에 시민기자상을 받은 투고는 '시간에 쫓긴 7호선 개통'이었다. 8월 1일 개통한 7호선이 주변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통해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집 근처 고속터미널역에서 직장이 있는 장승백이역을 편하게 오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누구보다 7호선 개통을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이용해 본 지하철의 풍경에서 한국인들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문화철을 표방하면서 지하철 안은 번듯하게 마무리했는데 밖에는 아직 자재더미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부분부분 아직 공사가 진행중이었다"며 "8월1일 출범한다는 이벤트성 기획보단 중요한 것은 공사의 완결성과 안전성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문화센터 기획 처장이라는 자리가 아줌마들에게 뭐가 필요한 지를 생각하는 자리입니다. '아줌마'에 대해서만 고민을 해와서 결혼을 못한 것 같다"며 그는 웃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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