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특징과 문제점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재정건전화'다.
국채 발행 규모가 11조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줄고, 재정규모 증가율도 경상성장률보다 낮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3년째 이어져 온 적자 재정을 2003년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정적자 축소가 주로 국민들의 세부담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정부의 실기(失機)에 가까운 의약분업 파행, 공적자금 추가 조성 등으로 인한 예산은 내년 총예산 증가분의 32%에 달한다.
▦내년, 빚 덜지고 살림살이 줄이기
재정규모 증가율은 올해 추경안 대비 6.3%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8~9%)보다 낮게 짜여졌다. 적자보전용 국채 발행(국가 빚)도 11조원에서 3조원으로 파격적으로 줄어든다.
이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도 올해 3.4%에서 내년 1.0% 이내로 줄게 된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은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재정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건정성 확보에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건전화는 내년 1인당 19만원씩 늘어날 국민의 추가적인 세부담에 의존하고 있다. 4인가족 기준으로는 가구당 세금이 1,004만원으로 올해보다 172만원가량 증가한다.
국세만 보면 내년 총96조1,545억원이 거둬지는데 올해 세입예산보다 4조7,504억원 늘어나고,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으로 지방세는 국세 증가율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형적 재정건전화
의약분업, 공적자금 추가조성 등에 대한 예산이 큰폭으로 증가한 반면 중소·벤처지원, 농어촌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예산은 상대적으로 삭감됐다.
의약분업의 파행적 시행으로 의보수가가 올해 두번씩이나 인상됨에 따라 총 4,418억원의 국고지원이 이뤄진다. 이는 전체 사회복지예산 증가분(1조613억원)의 41.6%에 달한다.
또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따른 이자분도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2002년이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추가 공적자금 조성에 따른 이자지급분과 의약분업에 따른 국고 부담을 포함하면 총 1조9,418억원로 내년 총예산증가분의 3분의1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중소·벤처기업 지원예산은 금융지원을 포함, 추경안 대비 12.2% 오히려 감소했다.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에 대한 재정지원이 올해 5,817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줄고, 벤처 투자도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또 농어촌지원 예산과 덩치가 큰 SOC예산도 증액도 각각 0.1%씩 증가했을 뿐이다. 결국 예산증가분의 3분의1이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예산에 투입됨에 따라 정작 중요한 벤처 살리기나 건설경기 활성화, 농업 지원 등에 대한 예산은 줄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달라지는 국민생활
서울~부산 주행시간 30분 단축
내년 총 504㎞ 구간의 고속도로가 완공됨에 따라 서울~부산간 주행시간이 평일 약 30분, 명절 2시간씩 단축된다. 또 학부모가 일부 부담하던 실험·실습비가 전액 국고로 지원되며, 내년 7월부터 여성근로자들이 석달까지 유급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월평균 지원액이 13만3,0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늘어나고, 주택 50만호 건설로 주택보급률이 올해 94.8%에서 97.3%까지 올라간다.
▦교통
내년 8개 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된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당진~서천·군산~무안 구간, 대전~진주고속도로의 무주~함양 구간, 중앙고속도로의 연주~제천 원주~홍천 구간, 영동고속도로 횡계~강릉 구간, 중부고속도로 하남~호법 구간, 동해고속도로 강릉~주문진 구간, 남해고속도로 내서~냉정 구간 등이 완공된다.
또 신갈~안산간 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중 상주~구미 구간, 서울외곽고속도로 지도~신평 구간이 개통된다.
이에 따라 평일 서울~부산 주행시간이 5시간에서 4시간30분으로 단축되며, 서울~목포, 서울~강릉도 각각 30분씩 줄어든다. 또 명절에는 서울~부산이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고, 서울~목포가 12시간에서 7시간, 서울~강릉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교육 환경
2조5,000억원이 투자돼 총 274개의 초·중·고교가 신설된다.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가 올해 35.7명에서 내년 34.1명, 중학교 38명에서 36.4명, 고등학교 42.7명에서 41.9명으로 줄어든다.
또 학교 운영비 실소요액 전액이 국고(9,000억원)로 지원돼 학부모들의 실험·실습비 부담이 사라진다. 또 공공도서관이 인구 1만명당 400개에서 403개로, 도서도 4,613권에서 5,023권으로 늘어난다.
▦복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최저생계비(26만5,000원) 이하 저소득층(160만명)에 대한 1인당 월평균 지원액이 현행 13만3,000원에서 16만6,000원으로 늘어난다.
저소득층중 만성신부전증, 혈우병 등 고액의 치료비가 요구되는 난치병 환자, 총 6,900명에게는 치료비(7,000명, 총226억원)도 지원된다. 또 저소득층의 만5세이하 자녀(16만2,000명)의 보육원 보육료도 40~100% 지원된다.
직장연금 가입대상에 5인이상 사업장의 시간제·임시직 근로자까지 확대되며, 7월부터는 여성근로자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이 현행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난다.
▦정보화
정보격차(digtal divide) 해소를 위해 소년소녀 가장, 복지시설 수용학생 등 저소득층 학생 5만명에서 컴퓨터가 무상으로 보급되며, 인터넷 통신료도 5년간 지원된다.
또 광통신망이 면단위까지 확대된다. 컴퓨터 보급대수는 1,319만대에서 1,613만대로 늘어나고, 인터넷 이용자도 2,000만명에서 3,000만명으로 증가한다.
또 주민등록 차량 지적 건축 지방세정 복지(생활보호대상자 선정 등) 등 10개 민원업무가 전국 온라인 서비스되며, 호적등본과 인감증명도 온라인 발급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박봉흠 예산실장 일문일답
"국방비 6.5% 증가 軍사기·방위력 역점"
기획예산처 박봉흠 예산실장은 26일 "경제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재정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전재정기조 유지에 역점을 두고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방비는 6.5%나 늘었는데.…
"국방비는 재정규모증가율 수준이다. 군의 사기와 방위력 유지에 역점을 뒀다. 국방비 삭감은 시기상조다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의 경우 증가율이 0.1%에 불과하다. 재정규모증가율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삭감아닌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키로 했다. 올해 완공되는 사업예산을 제외할 경우 계속 투자되는 SOC예산은 6% 늘어난다. 내년에 크게 활성화할 민자사업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상당수준이 될 것이다."
-유가불안 등으로 인한 거시경제 변수는 어떻게 반영됐나.
"국제유가가 불안하지만 고유가체계가 장기간 지속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년 실질성장률을 6%, 경상성장률을 8~9%로 본 당초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 이 전망을 기초로 삼았다."
-문화.관광예산 증가율아 아주 높은데….
"전체예산의 1%를 문화,관광 부문에 지원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예산집행에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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