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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의 제살 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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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의 제살 깎기

입력
200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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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미아리 텍사스’의 상납계 뇌물비리 사건으로 25일 종암서 전현직 경찰관 36명이 무더기 사법처리됐다. 지난해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당시 사법처리된 경찰관이 16명에 그쳤던 점에 비춰 보아도 유례없이 강도높은 조치였다. 그래서 이번 수사를 경찰의 ‘뼈아픈 제살 깎기’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다.당초 이 사건이 검찰에서 경찰로 이첩될 때만 해도 “자기 비리를 스스로 밝히겠느냐”“면죄부만 주고 말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이번에야 말로 50년 썩은 환부를 도려 내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혔고, 결과는 사상 가장 큰 폭의 사법처리와 전면적인 인사조치로 나타났다. 경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사건을 다뤘다”고 토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께름직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김강자(金康子)현 서장 부임 이후의 상납고리나 경감급 이상 윗선의 연루혐의는 없다는 결론을 내고 사실상 수사를 종료했지만, 이미 검찰이 짚은 대목 이상의 수사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다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조직적인 뇌물수수 관행을 상급자들이 몰랐다는 점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어떻든 경찰 수뇌부가 더이상 환부(患部)를 마냥 덮어두어야 할 ‘수치’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리어 개혁의 기회로 삼는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는 것만해도 큰 발전이다. 썩은 상처를 부끄럽다고 가리면 반드시 큰 병이 되는 법이다.

사회부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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