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 과거 경영 행태로 회귀하고 있다.'고유가 구조조정지연 등으로 한국경제가 환란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해외언론과 투자기관으로부터 재벌기업들의 경영 스타일이 과거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재벌기업들이 사외이사제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안들에 대해 '숫자상으로' 합격점을 맞자 최근 다시 '오너 지배력 강화' '그룹 차원 부실계열사 지원'등 대주주의 이익 보호와 선단식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기관들은 투자자들이 이같은 재벌기업의 행태에 더 이상 '인내의 한계'를 견디지 못해 보유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리뷰(FEE)'는 최근 '배우지 못한 교훈(Lessons unlearned)'제하 기사에서 "오늘날 한국경제 침몰은 송자(宋梓)전 교육부장관 사건으로부터 본격화했다"고 분석했다.
FEE는 송 전 장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직시 회사로부터 16억7,000만원을 빌려 주식을 산 것에 대해 "외국투자자들은 삼성이 사외이사들의 '재갈'을 채우기 위해 혜택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특혜 논란 직후인 8월말 뉴욕에서 로드쇼를 가진 자리에서 투자자들로부터 해명을 요구받았으나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고,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주식 하락 사태가 터지자 '기업투명성'신뢰 문제까지 겹쳐 삼성전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는게 FEE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가하락은 이번 주식시장 폭락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외국 투자기관들은 최근 삼성종합화학 증자에 삼성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키로 한 것도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앵도수에즈WI카증권의 와히드 버트이사는 "외국 투자자들은 LG그룹도 소액주주보다는 오너의 이익에 기울어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올 4월 LG그룹 오너일가가 갖고 있던 LG칼텍스정유 주식을 LG화학이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매입(총1,298억원)한 점을 꼽고 있다.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 끝에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정몽구 회장 계열의 현대자동차가 분리되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나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며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크레디트리요네증권의 데이비드 김 이사는 "재벌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 사외이사 도입등 대대적인 개혁을 이룬 것처럼 비춰졌으나 최근 과거 경영 구습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며 "재벌들이 '양복을 바꿔입었다'고 해서 '체질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국내 경제 회복에 엄청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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