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金 심권호 성남집“효자 권호가 드디어 해냈구나.” 심권호(沈權虎·28·주택공사) 선수가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두 체급을 석권한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수진슈퍼’ 골목에서는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골목길에 임시로 마련된 TV를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던 가족과 친지, 이웃 주민 등 100여명은 얼싸안고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심 선수는 96애틀랜타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4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국내 레슬링의 1인자. 이후 체급 조정의 고통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또 따내 가족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어머니 이화순(李花順·51)씨는 “체중을 빼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돌아오면 평소 좋아하던 김치찌개라도 맘껏 해주고 결혼부터 시키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울 남대문시장 관리회사인 자유공사 보일러공으로 근무하는 아버지 심귀남(沈貴男·60)씨는 TV로나마 아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여름휴가를 올림픽 기간으로 미뤘다. 심씨는 “체급 조정 이후 권호의 고통은 가족 모두의 고통이었다”며 “오늘 아침 일찍 권호가 밝은 목소리로 문안전화를 해와 초반부터 밀어붙이라고 코치했다”고 기뻐했다.
동네 주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불공을 드린 어머니 이씨의 지극정성이 금메달을 만들어냈다”며 “지난해 권호가 체급 조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은퇴를 결심했을 때 이씨는 눈물로 밤을 지새곤 했다”고 귀띔했다.
심 선수가 성남 문원중 1년 때 레슬링 입문을 권유했던 박동우(47·광주종고 체육교사)씨는 당시 레슬링 입문을 반대했던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마터면 국민의 자랑거리를 날릴 뻔했다”고 크게 웃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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