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인간을 반대하고, 인간은 자본주의를 반대한다.”26일 체코 프라하에서 ‘반세계화, 반자본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저지하려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다시 한번 반세계화 시위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3일자)는 국제회의 때마다 등장하는 반세계화 시위대를 집중분석하면서 이들은 단순히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군중에 불과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회의와 4월 IMF·세계은행 총회, 9월 멜버른의 세계경제포럼(WEF)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경제관련 총회때마다 나타나 ‘위력’을 과시했다.
체코 당국은 이번 프라하 시위에 대비, 군병력 5,000여명을 비상대기시켰으며 경찰 1만1,000여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고,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경찰과도 공조하고 있다.
이번 시위대의 주력군은 브라질의 ‘사유지 갖지않기 운동’그룹, 콜롬비아 흑인공동체, 방글라데시의 ‘사유지 없는 여성농민들’, 체코의 환경보호론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여기에 각국에서 원정온 인권보호그룹과 신공산주의자 등까지 가세해 참여인원만 2만~2만 5,0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999년 시애틀 WTO 총회 당시 반대시위를 기점으로 탄생한 반세계화 시위대는 각국 NGO 단체들과 개발도상국 및 빈국들의 공감대속에 세를 확장해왔다.
특히 반세계화 시위대가 주장하는 부의 재분배와 제 3세계 국가들의 빈곤탈출등은 IMF와 세계은행 등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미국 등 선진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화를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규정, 더욱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동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모임에서 비롯된 소규모 그룹으로 참여하는 이들 조직이 뚜렷한 지도자도 없고 체계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 선진국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인터넷의 힘이었다. 세계를 동시간에 연결하는 e-메일은 행동원들을 조직화하고 행동강령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전해주는 무기였다.
예컨대 ‘www.destroyIMF.org’는 시애틀 시위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고 이번 프라하 시위를 위해 개설한 사이트 ‘www.s26.org’는 시위대를 동원한 공개적인 작전명령서였다. s26은 프라하 시위의 D데이인 ‘9월(September) 26일’을 의미하며 시위날짜를 따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D데이를 며칠 앞두고 주로 대형창고와 농장캠프에 모여 숙식을 해결하면서 시위훈련도 받는다. 이번 프라하 시위를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사이트가 운영됐고 열흘전에 프라하 인근 농장에 집결해 효과적인 시위방식 등을 교육받고 인형과 피켓 등 시위소품을 준비하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세계화가 단순히 제 3세계를 착취하고 빈민층의 경제적 여건을 나쁘게하기 보다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은 수입을 가져온다”는 전통 논리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계화 시위대는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평등이 보장되지 않은 일방적인 발전은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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