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의 기미가 보이는 것은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민주당 서영훈 대표가 야당의 명분을 위해 대국민 사과의 성의표시를 한 것은 정국 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시동이라고 봄직도 하다.이번 만큼은 제발 이런 대화의 불씨가 살아나 정국이 정상화 되고, 난국을 극복해 나가는데 정치권이 앞장 서 주기를 국민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제 물줄기가 국회 정상화로 돌아선 이상 여야가 굳이 격식과 절차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야 일각에서 나오는 의견들, 예를 들어 여야 영수회담에 앞서 중진회담을 해야 한다거나, 또는 장외투쟁이란 배수의 진을 끝까지 남겨야 한다는 것등은 오히려 모처럼 맞은 대화의 분위기를 흐트릴 우려가 있다.
여야 지도자들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설마 쌈박질이야 하겠는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다면 이미 그것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찾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은 국회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그냥 들어가면 되고, 여당은 영수회담등 야당의 대화제의에 어떠한 조건을 달아서도 안될 것이다. 이 마당에 조건과 명분을 요구하는 것은 어느 쪽도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섭섭한 구석이 없지는 않다. 기세좋게 국회를 뛰쳐나가 장외투쟁을 벌여 왔는데, 아무런 ‘전리품’없이 슬그머니 국회에 들어 간다는 것이 어색하기는 할 터다.
더구나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 그토록 요구했던 특검제에 대해 여당의 반응은 시원찮고, 검찰의 수사마저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야당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고, 또 미진하면 특검제 도입문제를 논의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가 난파돼 침몰한뒤 정신을 차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이 정국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다. 난국의 와중에서 정권의 관리를 위해, 또는 차기 정권경쟁을 겨냥해 힘겨루기를 한다거나 명분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금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벤처열풍은 이미 사라졌고, 중소 상공인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며, 수백만명의 주식투자자들은 하루아침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정권과 관련된 일들이 국민의 눈에 들어 올리는 만무하다. 여야는 상황인식을 정말로 바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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