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방 장관 회담 전야에 벌어진 한판 술자리 대결이 화제다.'술에서도 져선 안된다'는 군특유의 기질이 24일 밤 제주 롯데호텔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된 남북 대표단 만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기 때문.
조성태 국방 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미무력 부장의 만찬사와 축배제안에 따라 포도주로 건배한 것까지는 의례적 수순. 그러나 동석한 우근민 제주지사가 알코올도수 35도의 제주특산 '허벅주'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다른 '부드러운'술들은 양측 군인들의 관심에서 비켜났다.
이후 독한 허벅주 잔이 한, 두순배 돌면서 만찬은 차츰 '기(氣)대결' 분위기로 치달았다.
우리측 대표들이 한명씩 일어나 13명의 북한 대표단에 계급순으로 일일이 건배하고 마지막으로 김일철 부장에게 잔을 맞추자 북측 대표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했다.
결국 양측 대표단 대부분이 이 독한 술을 최소한 30잔 가까이 마신셈이 됐다. 소주잔보다 약간 작은 잔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2홉들이 일반소주 3병 이상의 분량.
그러나 양측 어느 누구하나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호텔 관계자들로부터 "역시 무골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 북측 대표단은 사복을 입은 우리측 대표들의 계급을 정확히 파악, 직위에 해당하는 높이만큼 잔을 맞추는 등 치밀함과 예의를 보였다.
준비한 허벅주 30여병이 바닥날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급기야 우리측에서 '폭탄주'까지 제의했으나 북측이 "내일 회담을 생각하자"고 만류, 남북 군 수뇌들간의 술대결은 더이상 확전되지 않았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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