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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의료개혁 함께 지혜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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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의료개혁 함께 지혜를 모으자

입력
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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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을 추진했던 정부는 의약분업이 의료개혁의 일환이라고 말했었다. '의권쟁취'를 구호삼아 의약분업에 반대했던 의료계도 이제 의료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다 같은 의료개혁을 말하고 있는데 양자의 견해차이는 너무 커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양측 의료개혁의 출발점과 지향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보건학계는 오래 전부터 의료시장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구성돼있음을 지적해왔다. 의료기관의 업무연계가 전혀 되지 않아 병원들은 무한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환자들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며, 병원마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바람에 세계최고 수준의 인구대비 의료장비 보유율을 갖게 됐다.

반면 의료의 질 관리가 낙후돼있는 등 의료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매우 낮고 이에 대한 국민 부담이 적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의약분업 실시의 명분인 약의 과다사용과 오남용도 의료시장 무질서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 정화에 의한 정상화가 어렵고 따라서 정부가 일종의 구조조정을 주도, 시장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 의약분업의 시발이었다.

의료계 내부의 상호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현실에서 이런 정책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지만 의약분업과 불가피하게 연계돼있는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에 대한 비전을 사전에 제대로 준비하고 추진하지 않음으로써 의약분업 자체의 실행도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규제가 의료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보험 수가에 대한 규제는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의약분업과 같이 새롭게 시장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시장자율 또는 진료권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의료개혁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그것이 소신있는 진료를 가능하게 만들어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의료시장에 대한 정부규제의 성격이다. 정부가 과연 지금까지 의료시장을 제대로 규제해왔는지 여부이다. 정부가 그 동안 의료수가를 엄격히 규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 공급자들이 그 규제를 회피하면서 구사한 과잉진료와 과잉투약, 특진비 문제, 병실료 차액 등 여러 생존전략들이 과연 의료계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국민을 위한 선택이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둘째, 우리 현실에서 시장 자율에 의한 개혁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이다.

대형 종합병원과 조그만 동네의원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 의료 공급자간의 가용재원의 차이는 너무도 크다. 그런 상황에서 무차별한 시장경쟁이 아닌, 협력체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공동체로 묶어주는 고도의 직업윤리와 자율규제 능력이 배양돼있어야 한다.

과연 의료계에 이런 능력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의료개혁이 의료부문의 투명성을 제고시키고 국민의 건강권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의사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 힘을 실어주는 것이 투명한 의료시장과 건강권 증대를 가져오는 해법인지 아니면 정부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약가 마진과 같은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것이 의료개혁의 지름길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크나 큰 고통을 야기한 의사들의 파업이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결말을 얻기 위해서는 더 이상 어느 한편의 일방적 주장을 듣기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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