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정도 담보로 어떻게 대출이 이뤄졌지?”모 은행 본점 감사부 K검사역은 최근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뜬 지점별 전날 여신현황을 살펴보다 B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대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경위를 알고 싶은데요. 담보가 부족한 것 아닙니까?” K 검사역은 B지점장으로부터 “추가로 담보를 확보하겠다”는 확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사건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은행의 여신체크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말 흔적없이 ‘사고’를 저지를 만큼 허술한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는데 허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각 은행들은 금융감독위원회 권고로 여신 규정 및 시스템 재정비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은행의 여신체크시스템은 일정액수 이상만 점검하는 방식(한빛,주택)과 액수에 관계없이 모두 점검하는 방식(신한,조흥,국민) 등 크게 두가지다. 모두 장단점이 있어 각 은행들이 보완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이제까지 ‘사후 여신감시’에 중점을 뒀다. 본점 검사부에서 각 영업점별 신규여신 현황을 보고받아 30여개 체크항목을 설정한 뒤 이를 통해 ‘이상’여신을 감지해내는 방식이다.
이미 취급된 여신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는 론리뷰팀에서는 3억원 이상의 여신에 대해서만 해당업체의 신용도 변화 등을 체크한다.
관악지점이 불법대출을 하면서 건당 액수를 1억~2억원으로 쪼갠 것도 이 때문이다. 한빛은행은 조만간 여신감시대상을 3,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주택은행 역시 한빛은행과 유사한 사후 감시를 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나머지 은행들은 ‘전액’감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상시 감시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전국 330여개 지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여신은 다음날 오전 본점 감사부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에 뜬다.
40여명의 검사역들이 10~20개 지점을 나눠 관할하면서 각 여신에 ‘이상’이 없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래업체의 여신은 물론 수신, 외환거래 등이 항목별로 모두 체크되기 때문에 불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여신종합관리시스템(CMS)를 지난 18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각 영업점의 전날 여신현황이 모두 체크되는 것은 물론 시스템에 자체 설정돼 있는 체크항목에 따라 ‘이상 여신’이 곧바로 검색된다.
부실여신 징후가 발견되면 해당업체를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론리뷰(사후관리)에 들어가며 조치 내역까지 고스란히 컴퓨터에 기록된다.
조흥은행 채홍희 여신감리부장은 “과거에는 영업점장 전결 여신에 대해서만 실시간 체크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본점 승인 여신을 포함한 모든 여신이 감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5억원 이상 여신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5,000만원 이상의 여신에 대해서는 다음날 체크가 가능하다. 10명의 검사역이 여신, 외환, 수신 등 항목별로 관리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10월중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금감위는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을 계기로 업체별로 일정기간동안의 ‘여신누계액’도 관리토록 권고했다.
한 관계자는 “문제의 아크월드가 관악지점에서 지원받은 실제 대출금은 460여억원인데도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마이너스 통장’개념에 의한 입출금 액수를 모두 합산한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입출금이 잦은 업체도 요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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