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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없는 대선 '혼돈의 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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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없는 대선 '혼돈의 유고'

입력
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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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실시된 신유고연방 대통령 선거를 놓고 여야 각 후보가 승리를 주장하고, 중간집계도 각 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이는 등 선거결과를 둘러싼 정국 양상이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야당측은 세르비아 전역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자행됐음에도 18개 야당 연합체인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에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는 반면, 집권 세르비아사회당(SPS)은 밀로셰비치가 과반수가 넘는 득표율로 코슈투니차를 압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 민간 선거감시단체들은 부정선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10월 8일 실시되는 2차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했다.

개표 유고관영 탄유그 통신은 전국 1만개 투표소 중 1,040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한 예비개표 결과, 코슈투니차가 46.85%로 42.79%의 밀로셰비치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SPS와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세르비아급진당(SRS)도 20% 개표결과, 51.3%를 획득한 코슈투니차가 38.8%의 밀로셰비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관영통신과 집권연정에서 야당후보의 우세를 점친 것은 밀로세비치의 13년 집권기간 중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민간 선거감시단체인 자유민주선거센터(CESID)와 DOS 등 야당측도 6~20% 차로 코슈투니차의 승리를 점치는 등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분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집권 SPS는 299개 투표구 집계결과 밀로셰비치가 50.28%로 30.76%에 그친 코슈투니차를 따돌렸다고 발표해 대조를 보였다. 코소보 지역은 연방파트너인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선거 보이콧으로 극도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밀로셰비치가 60% 이상의 지지율로 사실상 승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선거시비 야권측은 코소보 지역을 포함, 전 선거구에서 엄청난 선거부정이 자행됐다고 주장한 뒤 부정선거 사례를 예시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부 투표소 선거요원들이 유권자에게 선택한 후보를 투표에 앞서 미리 밝히도록 요구했는가 하면, 또다른 투표소에서는 접힌 투표용지를 통해 지지후보가 사전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투표소 곳곳에서 가짜 투표용지가 나돌고 이중투표가 실시됐다고 보고한 CESID는 비정부단체의 선거감시 활동을 금지한 정부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CESID 등 민간단체들은 “아직 심각한 부정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며 그러나 서로 승리를 장담하는 양측 후보 지지자들의 도심 시위가 잇달아 유혈충돌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75%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 때문에 밀로셰비치가 대규모 선거부정을 획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대대적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경고성’ 무력시위에 나섰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25일 미국 영국 등 나토군 주력함대가 지중해로 속속 집결, 코소보 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 메시지를 밀로세비치에게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코소보전 이후 최대규모인 군함 15대를 지중해에 집결시켰으며, 이중에는 해군 소속 항공모함 ‘인빈서블’과 헬리콥터 모함 ‘오션’등이 포함돼 있다.

인빈서블은 미 동부해안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던 중, 오션은 시에라리온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다 급거 지중해로 파견됐다. 이 함대들은 이미 지중해에서 활동중인 미 함대와 함께 조만간 공동 군사작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지중해로 파견했으며 상당수의 군함들을 추가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중해 함대와 별개로 몬테네그로 공화국과 접하고 있는 아드리아해에서 10일내 크로아티아 육·해군과 수륙 상륙작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밀로셰비치의 선거부정 자행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 서방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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