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동에 사는 배모(32.주부)씨는 지난 추석연휴때부터는 코를 막고 살다시피 한다. 대로변에 쌓이기 시작한 쓰레기더미의 악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 도로변 50여m마다 하나꼴로 허리 높이의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고, 일부 쓰레기 봉투는 터진채 방치돼 있다.배씨는 구청에 항의를 했지만 구청도 어쩔 수 없다며 기다려달라는 대답뿐이었다.
중구 등 쓰레기 수거 포기 서울 도심이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 쓰레기수거차량의 수도권매립지(김포)반입이 10여일째 파행을 거듭, 쓰레기더미가 대로변에 방치되고 중구 등은 쓰레기 수거를 사실상 포기, 주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쓰레기장이 된 까닭은 두가지. 추석연휴동안 문을 닫았던 수도권매립지는 14일 문을 열었으나 이번에는 태풍 사오마이의 영향으로 쓰레기 반입이 금지됐다. 수도권매립지는 일일 강우량이 25m이상되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기 때문.
18일에야 반입이 재개됐으나 추석연휴부터 쌓인 서울시 및 인천, 경기도 각 지자체의 쓰레기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쓰레기차 한대가 진입하는 데만 6~7시간이 걸리는 등 원활한 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립지 반입제한 문제 키워태풍에 따른 쓰레기 반입 차질은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가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차량에 대한 진입금지 등을 강화하고 나서 쓰레기대란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민들은 "용량이 다 찬 2,3공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며 18,19일 수도권매립지로 진입하는 4곳의 길목중 3곳을 봉쇄했다. 20일에는 경찰병력까지 동원돼 주민들을 해산시킨 다음에야 쓰레기 반입이 이뤄졌다.
'시청광장에 쓰레기보관'서울시를 비롯, 수도권의 각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 각 자치구가 쓰레기매립지에 보내는 쓰레기는 평소 하루 평균 11톤 트럭 20~30대 분량.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 5~15대 정도만 반입시킬 수 있었다.
쓰레기대란이 현실화하자 쓰레기를 잠시 쌓아둘 수 있는 야적장이나 적환장이 없는 서울 중구과 종로구 등은 구청장강 등에 쓰레기를 임시 보관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다.
중구청 관계자는 "하루 500통 이상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대책도 없다"며 "주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까지 쓰레기보관소로 사용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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