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값진 금메달이었다. 몇년의 땀과 눈물, 조국과 가족의 성원이 밑거름이 된 새로운 기록과 역사의 창출.25일 육상 경기에서 나온 세개의 금메달은 모두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모리스 그린이나 매리언 존스, 마이클 존슨처럼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조건에서 만들어진 금메달보다는 어쩌면 더 소중한 금메달들이다.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 마리아 무톨라(28). 결승점 20m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온 그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두바퀴를 1분 56초15만에 돌아 1위로 골인했다.
축구선수 겸 육상선수로 90년대 초반 미국으로 육상 유학을 떠난 그는 92년 올림픽 8위, 96년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마침내 조국 모잠비크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에도 모잠비크의 비공식 대사로 활동하고 재정난에 빠진 모잠비크 축구팀을 후원하는 등 한번도 조국을 잊지 않았던 무톨라에게는 더없는 기쁨이었다.
그는 또 세계 1위의 성적을 가지고도 올림픽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픈 과거를 이번 금메달로 말끔히 치유했다.
여자 장대 높이뛰기에서는 미국의 스테이시 드라길라가 호주의 타티아나 그리고리에바, 아이슬란드의 발라 플로사도티르와 접전 끝에 4m60을 뛰어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채택된 종목.
그동안 세르게이 부브카 같은 걸출한 스타가 있었으나 오래도록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봉에 몸을 실은 드라길라가 하늘 높이 떠올라 긴 바를 뛰어 넘는 순간은 한세기가 넘도록 잔존해온 스포츠의 성차별 중 하나가 허물어지 것을 의미 했다.
플로사도티르 역시 아이슬랜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남자 1만m에서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는 이디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애틀랜타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트랙에서 가장 긴 1만m 경기에서 한번도 어려운 세계신기록을 무려 열다섯번이나 갈아치운 이종목 최고의 선수.
지난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금메달이 멀어지는듯 했으나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 참가를 삼가며 부상 회복에 온힘을 다해 4년전보다 힘들지만 그만큼 더 값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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