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채 안 남은 서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가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이같은 우려는 아셈이 열리는 10월18∼21일을 전후해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반대 집회·시위가 잇달아 계획돼 있기 때문. 작년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때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시위대 5만여명이 개막 전부터 과격한 시위를 벌여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시민·민중단체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등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아셈 개최를 저지하자”며 ‘아셈투쟁’을 11월 노동자대회, 12월 민중대회로 이어지는 하반기 ‘주요 투쟁’으로 계획하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열리는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회의장 앞에서 2만여명이 참여하는 ‘아셈 2000 신자유주의 반대 서울 행동의 날’ 연합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 시위에는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세계화 반대·반민중적 아셈 반대·민주와 민권의 세계화를 위한 학생투쟁위원회’ 등 각종 단체와 19일부터 상경투쟁을 계획중인 민주노총 산하 전 연맹, 민주노동당, 외국 사회운동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평화시위를 계획하고 있지만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설 경우 회의장 봉쇄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행동 이창근(李昌根·32) 정책위원은 “평화의 이름으로 열리는 아셈의 실제 목적은 자유무역협정,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및 개혁·개방 등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회의장 봉쇄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민간단체포럼(공동대표 단병호·段炳浩)은 회의기간에 아셈회의장 앞 봉은사에서 ‘아셈 2000 민간포럼’을 열고 환경·노동 등 각 분야 워크숍과 문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셈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 것은 시애틀 시위로 무산됐던 WTO 뉴라운드협상의 조속한 재개와 한·일투자협정 등이 주요 의제로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 민중대회위원회 박석운(朴錫運·46·노동정책연구소장) 집행위원장은 “20일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고통받는 전세계 민중들이 연대해 반대의지를 국제적으로 과시하는 민중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작년 6월 아셈기획단을 구성, 경호·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 아셈은 96년 태국 방콕, 98년 영국 런던에 이어 3번째 열리는 것으로 아시아와 유럽 26개국 정상과 경제인 등 3,000여명이 참석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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