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살면서 익숙한 자신의 문화나 관습에서 조금은 다른 것들을 보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로 외국여행을 한다.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물수록 갖가지 삶의 다양한 풍경들을 보게 되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된다. 그러나 여행자로서는 볼 수 없는, 이면에 감춰져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그 중의 한 예가 '장례문화'일 것이다. 나는 단순한 여행자 입장을 넘어서 한국인 아내를 둔 한국거주자로서 매일매일 새롭게 한국을 배운다. 탄생이나 결혼 등 기쁨의 예식문화 뿐 아니라 국적과 인종을 넘어 누구나 겪게되는 죽음과 슬픔을 한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말이다.
작년말 아내의 숙부님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얼마전 아내의 백부님이 또 세상을 떠나셨다. 나 또한 그분들을 명절이나 집안 경사 때면 뵈어왔기에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장례에 참석했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매우 독특하고 많은 점에서 인상깊게 남았다. 특히 장례기간 동안 유족과 친지 또는 참배객들의 모임에서 느낀 분위기가 내게는 무척 새로운 것이었다.
우리 나라 프랑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슬픔과 연민으로 울음이 그치지않는 상황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오랫동안 서로 못보고 지냈던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다시 함께 모이는 자리로서 그 의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장례식만 짧게 진행되는 유럽의 장례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죽은 자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 사람의 삶과 가족에 대해 말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서로 유족을 걱정해 주면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이 풍속은 내게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떠나는 자의 마지막 길을 친척과 지인이 함께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배웅하고 추도하는 소중한 자리인 것이다. 편리와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두 바쁜 일을 제쳐두고 일상을 잠시 떠나서, 죽은 자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서 새로운 결속감을 느끼게 된다.
농경사회의 대가족이 많았던 시대의 전통적인 장례습관이 매우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잘 보존되어있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각자의 종교나 편견을 넘어서서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이러한 한국의 미풍양속이 앞으로도 잘 보존되어 가길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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