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 방안이 곧 가시화할 것이라는 당국의 호언과는 달리 실제 남북 합의문에는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23일 제2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은 시범적으로 9, 10월 각각 100명씩 생사·주소를 확인하고 11월중 300명의 서신을 교환하는데 합의했다. 시범사업후 규모를 확대한다는 언급이 있지만, 어떻게 확대할지에 대한 방법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이 합의는 이달 14일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와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간의 공동보도문 발표 내용과 비교할 때 매우 실망스런 결과다. 당시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가급적 연내에 9만 2,000여명의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10월부터 서신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이산가족들이 커다란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또 제1차 적십자회담에서 합의한 ‘제2차 적십자회담에서 면회소 문제 논의 확정’이라는 약속이 이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문제가 떠오르면서 남북 양측이 면회소 문제를 후순위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북 양측의 구체적 합의가 번번히 미뤄지고 있는 원인은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카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협상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취하려는 북한의 태도에 있다. 여기에다가 인력과 장비부족에 전산망미비등 북한의 어려운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북측의 전략과 실정을 뻔히 알면서도 남측 당국자들이 ‘원칙적 합의’를 ‘구체적 합의’로 과장해 성과를 발표하는 데에도 적지않은 책임을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이번주 인선기준 확정
제2차 적십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이뤄질 ‘9, 10월 중 이산가족 200명의 생사확인 작업’은 이번주 중 개최되는 한적 인선위원회의 기준 확정과 함께 시작된다.
홍양호(洪良浩)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24일 “생사 확인작업 대상 인원이 9, 10월 각각 100명씩으로 한정돼 있으므로 기준을 마련한 뒤 컴퓨터 추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서 처럼 가중치를 두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생사 확인 대상자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한적과 당국은 무작위 추첨시 7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11월중 남북 이산가족 300명씩의 서신교환은 9, 10월에 주소·생사가 확인된 가족과 8·15 방문단에 참여했던 가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적십자 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박기륜(朴基崙) 한적 사무총장은 합의서 서명 직후 “서신교환은 9, 10월 중 생사가 확인된 사람들과 8·15 상봉자(100명)등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서신교환 대상자 범위에 관한 남북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9, 10월 중 이뤄지는 생사확인을 통해 찾고자 하는 상당수 가족들이 사망했을 경우, 부족한 인원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다. 이 경우 남북은 8·15 방문단 교환 직전 방문단 후보자 200명의 생사를 확인했던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방문단에는 탈락했지만 흩어진 가족들의 생존이 확인된 가족들을 서신교환 대상자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북측 가족의 생존을 확인했지만 방문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가족들은 38명 이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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