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면 혈액이 모자라 수술 중 사망하거나 수혈 중 에이즈나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은 없을 것같다.인공혈액 개발이 임상시험 막바지이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1994년까지는 미국 일본의 인공혈액 관련 특허출원이 대부분이었으나, 1995~99년 54%가 내국인 출원일 정도로 기술경쟁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인공혈액 개발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기능을 대체하는 게 관건이다. 동물의 혈액에서 적혈구만 빼 쓰거나 헌혈액 중 유효기간이 지난 혈액을 세척해 헤모글로빈을 추출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산소결합능력이 있는 불소화합물도 연구대상. 다른 생물자원이 불필요한 게 장점이나 여전히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람에 거부반응이 없도록 형질전환된 동물이나 대장균에서 혈액을 생산토록 하는 유전공학적 연구도 착수했다.
혈액형만 달라도 치명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데 인공혈액은 더하지 않을까. 인공혈액은 혈액형과 상관이 없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 혈액 속 백혈구나 기타 단백질, 적혈구의 세포막에 존재하지만 인공혈액은 이런 것을 모두 걸러낸 헤모글로빈만 쓰기 때문이다.
질병에 감염될 위험도 적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변시명 교수가 1997년 국내와 미국에 특허를 출원해 최근 등록된 기술은 적혈구 겉에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ㆍ펙)을 포장함으로써 거부반응을 해결한 기술이다. 인공혈액은 수술 중 수혈용도 뿐 아니라 암치료 보조제, 뇌졸중ㆍ패혈증ㆍ빈혈 치료제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 가치가 크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선바이오(대표 노 광)가 전(前)임상시험까지 마친 인공혈액 SB11은 소의 헤모글로빈에 펙을 결합시키고 저산소상태의 세포에 우선적으로 산소를 운반토록 설계됐다.
암세포는 방사선을 쪼였을 때 세포 내 산소가 독성을 띠어 죽지만 암세포 내부는 특이한 저산소 상태라 암이 클수록 방사선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저산소 상태의 암세포에만 산소를 공급하면 암치료 효과가 좋아지는 것이다. SB11은 개의 혈액 70%를 교환한 실험에서 진짜 혈액과 같은 효능을 보였고 생체 내에서 분해되는 시간도 외국 경쟁사의 것보다 훨씬 길었다.
인공혈액은 냉동이 가능, 2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냉동할 수 있는 사람 혈액의 유효기간은 4주. 미 육군 해군 등이 인공혈액연구를 적극 후원하는 이유도 헌혈액은 부족한 반면 군인을 위한 비축 혈액은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혈액 임상시험에 돌입한 기업들은 미국의 박스터, 바이오퓨어, 엔존, 헤모졸, 노스필드, 소마토젠, 일본의 아지노모토 등이 있으나 생체 내에서 분해가 너무 빠르거나 고혈압을 일으키는 등 단점을 갖고 있다.
과기원 변시명 교수는 "인공혈액 연구는 각종 치료제 시장도 개척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당신이 남자라면 피 한 방울(1㎣)을 흘렸을 때 500만개의 적혈구를 잃는다(여자라면 450만개). 그러나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2.5초만에 그만큼의 적혈구가 만들어지니까. 몸 속 적혈구는 총 25조개. 핵이 없는 특이한 세포인 적혈구는 가운데가 옴폭하게 들어가 산소를 접할 수 있는 면적이 넓다.
적혈구 표면적을 전부 합하면 사람 표면적의 1,700배(3,000㎡)나 된다. 적혈구는 120일쯤 살다가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의해 파괴된다.
혈액은 적혈구 외에 다양한 종류의 백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구성돼 있다. 혈액은 몸의 곳곳을 누비며 여러가지 물질을 운반한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영양소, 호르몬, 불필요한 쓰레기와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 등이다. 혈액은 대동맥에서 초당 50㎝, 대정맥에서 25㎝로 빠르게 흐른다.
적혈구 지름(8마이크론ㆍ1마이크론은 100만분의1m)과 굵기가 비슷한 모세혈관에선 초속 0.5㎜로 떨어지지만 어쨌든 1분이면 온몸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백혈구의 일종인 임파구는 혈관을 빠져 나와 몸을 돌아다닌다.
체중이 60㎏인 사람은 약 5리터(8%)의 혈액을 갖고 있으며 매분 1리터의 산소를 운반한다. 사람이 운동하지 않고 있을 때 필요한 산소량은 분당 250㎖. 산소 없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기껏 4분 정도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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