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회수불가능한 은행 무수익 여신이 총 27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차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후에도 은행 경영정상화가 제대로될지 우려된다.23일 한국은행이 박병윤(朴炳潤·민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 17개 은행의 총여신 339조2,532억원 가운데 ‘고정(固定) 이하 여신’은 42조2,377억원(12.5%)이며, 이중 ‘무수익 여신’은 총여신의 8%인 27조2,23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들의 무수익여신은 98년 말 21조2,160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3,93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은행들이 일부만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바람에 여전히 막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상 대출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은 고정(固定) 이하 여신, 고정 이하 여신 가운데 순수 부실여신은 무수익 여신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융계는 3개월 이상 대출금 이자조차 못낼 정도의 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총여신 가운데 무수익여신 비율은 1~3%선 수준이다. 1998년 말 현재 미국(10대 은행)의 평균 무수익여신 비율은 0.85%, 독일(4대 은행)은 1.33%, 영국(5대 은행)은 2.49%, 덴마크(4대 은행)는 0.76%다.
정부는 22일 5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부실화로 인한 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 지원’ 2조원, ‘자기자본비율 보완출자’ 6조1,000억원 등을 계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무수익여신을 안고 있는 ‘한계기업’들 중 상당수가 부도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은행들의 추가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무수익여신 비율은 제일은행이 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평화은행 11.3%, 제주은행 10.7%, 외환은행 10.6%, 한빛은행 10.5%, 전북은행 10.1%로 6개은행이 1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고유가로 자재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금융조달기능마저 크게 위축돼 경영이 악화하고 있는 상태”라며 “더욱이 주가 폭락, 대우차 처리 지연 등 경제가 대형 악재들에 눌려 있기 때문에 ‘뇌사기업 도산→금융기관 부실’의 악순환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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