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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철부지 카드절도범 "큰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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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철부지 카드절도범 "큰 죄인가요?"

입력
200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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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밤 서울 중부경찰서 소년계에 붙잡혀온 초등학교 6년 A양. 가난한 집의 딸인 A양은 전날인 21일 오전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가지않고 가까운 고모(27·서울 강동구 천호동) 집에 몰래 들어가 2만원과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훔쳤다.그리고는 그길로 택시를 타고 광진구 테크노마트에 가 평소 부자집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청바지 등 비싼 옷들과 신발 등 무려 84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카드 사용법은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물어 배워 웠어요. 가게에서는 언니가 빌려준 카드라며 사인했죠.”

여관에서 밤을 보낸 A양은 이튿날 아침 강남구 청담동 모아파트에 들어가 또다시 현금과 수표 등 21만원이 든 지갑을 훔쳐내 이번에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을 찾았다. 숙녀용 정장과 화장품에다 평소 우상인 HOT 오빠들에게 줄 향수선물까지 60만원어치를 사고는 카드로 계산했다.

A양은 ‘쫙 빼입고 단장한 뒤’ 이 동네에 있는 HOT의 숙소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자 선물을 우편으로 부쳤다.

그러나 거칠 것 없던 A양의 ‘화려한 쇼핑’은 저녁무렵 찾은 명동쇼핑가에서 도난신고된 카드임이 들통나면서 단 이틀만에 끝이 났다. “갖고 싶은 것, 선물하고 싶은 것을 다 사고 싶었어요. 큰 잘못인가요?.”

형사처벌 미대상자인 A양은 23일 새벽 막노동을 끝내고 경찰서를 찾아온 아버지에게 인계됐다. “160㎝가 넘는 키에 정장차림이 도무지 12살 짜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았지만 결국 ‘철부지 어린아이’더군요. 꼭 아이 탓만은 아니죠.” 조사를 마친 경찰관이 씁쓸하게 내뱉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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