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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물 붓기 전에 독부터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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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물 붓기 전에 독부터 고쳐라

입력
200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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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은 4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여 금융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과 추가로 조성되는 자금을 합치면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150조원에 이른다.우리 정부의 1년 예산보다 많은 돈이 투입된 만큼 이제는 금융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들은 불안하다. 과연 금융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잘 마무리될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 추가조성 발표가 있은 날 주가가 폭락한 사실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정책당국은 추가적인 공적자금의 조성은 필요치 않다고 공언하였고, 이번의 추가조성도 당초의 정부발표보다 20조원이 더 많은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는 부실규모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아직도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민간연구기관이 추정한 금융부실의 규모가 정부가 발표한 금액보다 크다고 하여 정책 당국자가 보여준 신경질적인 반응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을 요청하기에 앞서 금융부실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정확히 밝히는 솔직한 자세를 가져야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 경위야 어쨌든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금융부실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를 오래 방치하면 지금 투입되는 공적자금보다 훨씬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의 금융부실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또한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점에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사용하기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먼저, 공적자금의 사용은 투명해야 하고 또한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예산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동안 국민들은 그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공적자금 투입과 회수를 보다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니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처럼 공적자금이 방만하게 운용되어서는 안된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우리의 금융시장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앞으로 이러한 금융부실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최근 한 은행의 대출비리 사건은 국민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인지 아니면 권력형 비리인지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은행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에 앞서 그 자금의 투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도 철저히 검증하여야 한다. 정부는 5,000억원에 매각한 한 은행에 12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은행은 '깨끗한 은행'이 되지 못했고, 추가로 5조원 가량을 더 투입해야 한다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부실화한 은행을 닫아 버리고 새로 '깨끗한 은행'을 설립했더라도 이 정도의 자금이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부실금융기관을 폐쇄하는 것보다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으로 금융부실을 해결할 수 있을 때에만 공적자금의 사용은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공적자금 투입은 이제 그쳐야 한다. 물을 붓기 전에 독부터 고치지 않으면 금융부실의 해소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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