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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린 속도를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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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린 속도를 정복하다

입력
200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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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있었다. 그리고 총성이 정적을 깨뜨렸다.23일 오후6시20분(한국시간)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시드니올림픽 육상남자 100m는 이렇게 시작됐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를 가득메운11만여 관중은 숨을 죽였다.

스타디움 곳곳에서 적멸하는 카메라 플래쉬가 연출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며 역사적인 100m레이스를 미리 기념하고 있을 뿐 모든 눈은 출발선상에 늘어선 8명의 스프린터에 쏠렸다.

세계기록(9초79) 보유자인 모리스 그린(26.미국)이 4번 레인에 섰고 대학시절 뒷바람을 안고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웠던 오바델 톰슨(24.바르바도스)은 그린의 바로 왼쪽인 3번레인, 그린의 훈련파트너이며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아토 볼든(27.트리니다드 토바고)은 오른쪽 끝인 8레인에 자리를 잡았다.

모리스 그린(26)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이면서도 굳은 얼굴에는 초조감이 흘렀고 연신 고개를 흔들며 리듬감을 찾으려 애를 썼다.

4년전 그는 부상에 따른 선발전 탈락으로 애틀랜타 올림픽 트랙이 아니라 100m결승을 스탠드에서 울면서 지켜봐야 하는 불운을 겪었기 때문에 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린을 꺾을 유일한 경쟁상대인 아토 볼든은 특유의 고글을 쓰고 무표정하게 레인을 주시, 오히려 볼든이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 만큼 냉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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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아나운서의 준비신호가 있었고 찰나의 정적이 흐를 때 2번레인의 아지즈 자카리(가나)가 부정출발을 했다. 1시간여전 준결승에서도 자카리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출발을 했었다.

다시 준비신호와 함께 총성이 고요한 메인스타디움을 강하게 깨웠다. 일제히 스타팅 블록을 차고나갔지만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30m지점부터 그린이 조금씩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아토 볼든과 오바델 톰슨이 그린의 뒤를 맹렬히 쫓았지만 온몸에 힘줄을 돋우며 바람을 가르는 그린의 그림자에 만족해야 했다.

섭씨17.8도까지 내려간 쌀쌀한 밤날씨에다 초속 0.3m의 미세한 맞바람속에서 그린은 9초87을 기록했다. 자신의 세계기록에는 0.12초, 도너번 베일리(캐나다)가 4년전 세운 올림픽 기록(9초84)에는 0.03초 모자랐다.

아토 볼든은 그린과 거의 한발짝 차가 나 9초99의 기록을 냈고 오바델 톰슨은 10초04. 200m미국 선발전서 마이클 존슨에 도발적 언사를 퍼부으며 결국 트랙에서 부상으로 탈락, '떠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린은 '100m 금메달'의 호언장담을 이번에는 지켰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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