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고연방의 대선은 ‘피의 선거’가 될 것인가.24일 수도 베오그라드를 비롯한 유고 전역에서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선거 결과와 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줄곧 선두를 지켜온 르비아 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불복,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유고 정가에 나돌고 있다.
코슈투니차가 밀로셰비치에 대한 유엔의 전범기소를 반대하며 집권하더라도 정치적 보복은 없다고 말했지만 밀로셰비치는 선거에 패배할 경우 자신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유혈사태를 일으켜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모미르 블라토비치 유고 총리가 22일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 7월까지 권좌에 머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선거후 유고 정국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군부 역시 이날 “서방의 선거방해가 게속되면 군의 개입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크리스 패튼 유럽연합(EU) 외무위원이 이날 “밀로셰비치가 자신에 부정적인 선거결과를 받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도 밀로셰비치의 극단적인 행동을 우려한 것이다.
밀로셰비치는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패배하지 않기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할 가능성이 높다. 유고 당국은 선거 전야까지도 공식선거 결과를 어디에서 어떻게 발표할 지 밝히지 않고 있다.
여당측이 선거부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경우 지지율에서 큰폭으로 앞서왔던 야당측이 승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올 경우 유고가 또 다시 내전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슈투니차 후보는 23일 부정선거에 대비, 24일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되더라도 지지자들은 광장과 거리에 모여 선거개표와 결과를 주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부정선거의 징후는 보이고 있다. 유고 당국은 국내 민간기구 뿐 아니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의 선거감시활동을 금지했다.
대신 성향이 의심스러운 52개국 출신의 200명으로 선거감시단을 자체 조직해 활동케 하고 있다. 유고 당국은 또 선거를 취재하려는 상당수의 외국 기자의 입국을 불허했으며 이미 유고에서 취재 활동중인 20여명의 외국기자에 대해 추방명령을 내렸다.
10여년동안 4차례의 전쟁에 시달린 유고가 정상적인 민주국가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밀로셰비치의 르비아 민족주의가 지속될 지 주목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