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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간·제비요리등 진미 강심장아니면 못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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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간·제비요리등 진미 강심장아니면 못먹어"

입력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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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세대의 키워드로 통하는 '엽기'는 음식에도 있다. 몬도가네 스타일의 노골적인 엽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상하고 기품있게 포장된 일류 요리에도 이간의 광기와 야만성이 스며있다.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희귀음식일수록 그 정도는 심하다.

달팽이, 철갑상어알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거위간(푸아그라). 프랑스 고급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이 음식은 그 제조 과정의 '엽기성'으로 유명하다.

거위를 몇주동안 어둡고 좁다란 밀실에 가둔 뒤 주둥이에 깔때기를 박아넣고 옥수수나 콩 등 거위가 싫어하는 곡물류를 억지로 먹인다.

거위가 고개를 숙여 내용물을 토해내지 못하도록 머리는 용수철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이렇게 사육된 거위는 간이 기형적으로 커지고 숨쉬기도 어려울만큼 뚱뚱해지는데 그 거위의 간을 먹는 것이다.

고대 로마때부터 시작된 사육방식이라고 하는 그 폭력의 역사는 실로 장구하다.

바삭바삭한 껍질 맛이 일품인 중국 오리요리의 대명사 베이징덕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육한 오리고기를 최고로 친다.

부화한지 50일 정도가 지난 새끼오리를 암실에 넣어 강제로 먹이를 먹이면 영양과잉과 운동부족으로 몸 전체에 지방이 오르게 되는데, 이 오리의 껍질과 속살만이 제 맛이 난다고 미식가들은 말한다.

이쯤 되면 맥주를 물처럼 마시고 전신 마시지(소에겐 고문이 될지도 모르지만)까지 받아가며 사육되는 일본고베 지역의 소들은 양반 대접을 받는 셈이다.

중국과 동남아권에서 천하일미로 통하는 제비집 요리에 이르면 좀 더 나은 '맛'을 얻기 위한 인간의 광기를 가히 절정에 달한다.

제비집 요리는 바다동굴제비의 보금자리(주성분은 제비의 타액)를 채취해 활용하는 요리. 바다제비는 채집가들에게 집을 빼앗기고 나면 금세 다시 둥지를 짓기 시작하고, 두번째로 빼앗기면 다시 세번재의 둥지를 짓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제비는 타액이 완전히 말라버려 부리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이 피가 스며들면서 빨갛게 건조된 제비집을 채취한 것이 바로 제비집 중에서도 최고 명물로 치는 홍제비집 요리다.

우리 전직 대통령중 한분은 유럽 순방중 거위 사육 현장을 목격한 뒤부터 거위간은 입에도 안 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는 미식가가 되기도 힘든 모양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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