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대출보증 외압의혹을 주장한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의 주장은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하자 이씨가 21일 검찰에 체포된 뒤 이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새로운 주장을 잇따라 제기, 이씨 폭로내용에 조금씩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커미션 수수여부 이씨는 그동안 J업체 대표 김모씨와 통화한 녹취록까지 공개,“대출보증 커미션을 받지않았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대출보증 압력을 거절하자 박 전장관 등이 보복수사를 하게 했다는 것이 이씨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씨 개인비리를 제보한 신용보증기금 김모 차장은 검찰에서 “이씨가 지점장 재직시 업체에 대출보증을 해줄 때마다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며 “고교후배 친구를 통해 사직동팀에 제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씨 주장을 맞받아쳤다.
이씨에게 사례금을 준 6개 기업체 대표중 5명도 검찰에서“이씨에게 돈을 줬으며 강압수사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일부는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씨가 강압수사의 물증으로 제시한 녹취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분석. “내가 (당신을) 보호를 하려고 계속 부인을 했어요” “당시 팀장하고 회식이나 하라고 내가 200만원을 준 것 같다”는 업체 대표 김씨의 통화내용은 이씨에게 사례비를 준 사실을 간접 시인한 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씨는 21일 검찰에서“대출비리가 아닌 대출보증 외압부분만 조사받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보증 압력 여부 이씨는 박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2차례 전화를 걸어 “이걸 못하면 당신 자리가 날아갈거야”라며 대출보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3월 청와대 행정관이던 박현룡씨로부터도 “모가지가 몇개인지 두고보자”며 대출보증 압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룡씨는 22일 검찰에서 “보증을 부탁한 적은 있으나 외압을 가한 적은 없다”며 “이씨가 내게 불경을 선물로 줄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어떻게 고성이 오갔겠느냐”며 이씨의 진술을 공박했다.
특히 김모 차장은 “지방 지점에 근무할 때 이씨가 특정 업체에 대한 대출보증을 부탁했으나 거절한 적이 있다”며 “이후 이씨가 앙심을 품고 업무분담및 감사과정에서 내게 불리하게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부당한 대출보증 압력을 폭로한 이씨 자신도 또다른 대출외압의 장본인이라는 결론이 된다. 또 지난해 5월 이씨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에 박 전 장관을 적시하지 않은 점에서 이씨가 한빛은행 사건이 터지자 개인비리건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박 전 장관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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