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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남자단체 金 표정 - "어머니도 어디선가 보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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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남자단체 金 표정 - "어머니도 어디선가 보시겠죠"

입력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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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호 네살적 부모 가출“어머니 어디 계신가요. 제가 딴 금메달이 보이십니까….”

접전끝에 22일 시드니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 쥔 장용호(張龍浩·24) 선수는 코흘리개 시절 집을 나간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에 기쁨 보다는 서러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소작농이었던 장선수의 부모가 가난을 못이겨 함께 가출한 것은 1980년 봄. 이후 형 국태(國泰·28)씨와 함께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맡겨졌고, 전남 고흥군 과역초교 4년때인 86년 호기심으로 처음 활시위를 잡았다.

타고난 자질과 모진 노력으로 ‘신궁(神弓)’의 가능성을 엿보이던 그에게도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는 숱한 위기가 찾아왔다.

광주체고 2년때 전국대회 2관왕을 차지하고도 허리를 다쳐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할머니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날품팔이 갈때마다 용호를 지게에 지고 다닐 만큼 애정을 쏟았던 할아버지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직전 손자의 단체전 은메달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숨을 거둔 이후에도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고흥군 점암면 사정리 집에서 15㎞나 떨어진 수도암을 찾아 불공을 드린 팔순 할머니(박갑덕)의 지성과 ‘어머니의 모습’이 그를 구원해냈다.

박 할머니는 “96년 은메달을 땄을 때 용호 애비(48)가 연락해 와 16년만에 재회한 적이 있다. 금메달도 땄으니 애 에미(43)와 연락이 된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교문 부인도 양궁코치

남자양궁이 금메달 ‘한풀이’를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양궁팀 ‘맏형’ 오교문(28·인천제철) 선수 가족들도 4년동안 참아 온 환희의 눈물을 터뜨렸다.

오교문은 자타가 공인한 국내 1인자. 그러나 올림픽과는 ‘금 인연’을 맺지 못한 데다(애틀랜타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 이번 개인전에서도 4강문턱에서 좌절, 가족들의 기쁨은 더 했다.

임신 7개월인 부인 임선미(25)씨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집에서 시댁 친척 10여명과 함께 TV를 지켜보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 수원시 송정초교 양궁코치를 맡고 있는 ‘양궁 동반자’이기도 하다.

■"헌장비 사준게 마음아파"

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 효성빌라 김청태(20·인천 남구청) 선수의 집에서도 아버지 종수(50)씨와 어머니 강보금(45)씨가 이웃 주민 10여명과 함께 덩실춤을 추었다.

어머니 강씨는 “양궁을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때 형편이 어려워 남들이 쓰던 헌 장비를 사줬던 게 늘 마음 아팠다”며 “여자 선수들이 너무 잘해 부담이 컸을텐 데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고흥=양준호기자

jhyang@hk.co.k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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