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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모 / 올림픽정신의 마지막 보루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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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모 / 올림픽정신의 마지막 보루 '사격'

입력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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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여고생 강초현(유성여고)이 은메달을 따 주목받은 사격은 사실 올림픽 정신에 가장 배치되는 종목이다.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에서 엽총 소총 권총 등 살상 무기를 사용하니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천대(?)를 받는 것일까.사격 경기는 주로 메인 스타디움에서 30km이상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열린다. 정적인 경기환경 조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것 같지만, 실은 '총'에 대한 일반인들의 위화감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사격장(Shooting Center)은 선수촌에서 가장 먼 45분 거리에 위치했다.

경기장에서도 총성만이 정적을 깰 뿐 관중들의 환호를 기대하기 힘들다. 흥을 돋우기 위해 결선제를 도입하고 총알이 탄착지에 맞는 순간 TV 모니터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여전히 신통찮다.

사격 선수들도 이리저리 '찬밥신세'이긴 마찬가지. 이미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업들은 매년 참극을 낳는 '총기'를 연상시키는 사격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쓰지 않는다.

여자 더블트랩 동메달리스트 킴벌리 로드(미국)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17세의 나이로 우승, 신데렐라가 됐지만 그가 받은 것이라곤 이탈리아 총기회사의 8,000달러 짜리 총과 미국회사의 탄약집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사격은 역설적으로 가장 아마추어 정신에 충실한 종목이 됐다. 수영 육상 등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이 광고료 인상에 골몰하는 동안, 사격 선수들은 4년 동안 오로지 올림픽에만 매진한다.

라디오 가게 종업원인 트랩 금메달리스트 마이클 다이아몬드(호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기 직업을 가진 '순수 아마추어'이다.

미국 사격팀은 총기 규제 반대 로비에 나선 미 총기협회(NRA)의 다분히 '정략적인' 후원을 거부하는 '절개'를 과시하고 있다. 사격은 점점 상업화하는 올림픽의 마지막 보루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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