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가계대출과 신용구매 등을 모두 합한 가계신용이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상반기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잔액은 23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초기인 1997년말 211조2,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4분기(185조6,000억원)부터 상승세로 반전, 2·4분기(192조6,000억원) 3·4분기(199조4,000억원) 4·4분기(213조원) 올해 1·4분기(221조원)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내역별로 보면 일반자금 대출이 전년 말에 비해 19조원, 주택자금대출이 4조원 늘어났으며,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신용구매도 1조4,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자금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가계의 소비심리가 팽창돼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식투자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개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값 급등으로 인해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가계신용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6월말 현재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 6월에 비해 무려 59.7%가 올랐으며, 전국적으로도 39.7% 인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이 넘쳐나는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경쟁을 펼친 것도 원인이지만 주된 이유는 소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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