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2일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과 전직 안기부 출신들이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를 ‘접촉·비호’해 온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대반격에 나섰다.민주당 측은 이를 야당이 배후에서 조종한 ‘신(新)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영훈(徐英勳) 대표는 당 간부회의에서 “이 일은 매우 중대한 사태이며 수배 중인 범법자와 안기부 출신의 사설 공작팀을 배후 조종, 국법 질서를 문란시킨 전형적인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정 모의원 등 배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돼야 하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이 총재 사퇴 공방보다는 배후 공작 실체 규명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 총재 사퇴요구’는 철회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엄 의원이 이씨의 배후 역할을 실토한 것은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로 한나라당이 승리감에 도취, 방심한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안기부 출신들의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국사모)’의 범법성 및 비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한나라당 엄 의원과는 별도로 ‘국사모’책임자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등 지체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채(鄭東采) 기조실장도 “국가 중요 기밀을 다뤄온 전직 안기부 출신들의 파당적 사익 도모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측은 다만 공작정치 규명과 국회정상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야당의 국회 등원을 거듭 촉구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엄호성의원 누구
경남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행정고시 양과 합격 뒤 특이하게 경찰에 투신했다.
현 정권 출범 후 서울 중부경찰서장에서 한직인 경찰청 지능과장으로 전보되자 반발,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총풍·세풍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한나라당과 연을 맺었고, 정형근(鄭亨根) 의원 등의 도움으로 16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사모 실체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연계해 이운영(李運永)씨 사건에 깊숙이 관련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국사모’(국가를 사랑하는 모임)는 현 정부 출범 후 면직된 전직 국정원 출신 2·3급 간부 21명이 복직을 위해 만든 단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들 중 민주당이 한나라당 및 이씨와 연계된 핵심인사라고 주장한 송영인(宋永仁)씨는 국사모의 총무로 지난해 3월 면직 전까지 국정원 제주부지부장으로 일해 왔다. 송씨는 이씨와 동국대 동문으로 지난 16일 이씨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에 탄원서를 낸 당사자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사모는 회원들이 1,000만원씩 갹출한 돈으로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직권면직 취소 소송을 내는 등 공식적으로는 복직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4·13 총선 때는 자신들을 해고한 이종찬(李鍾贊) 국정원장의 낙선을 위해 송씨의 종로구 출마를 시도하는 등 사실상 ‘반 이종찬·반 정부’활동을 해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이종찬 전 원장의 한 측근은 “지난해 언론문건 파동 등 한나라당이 폭로한 각종 사건에 국사모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으며 연결 고리는 안기부 간부 출신인 한나라당 정 모 의원”이라고 주장했으나 당사자들은 흑색선전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 측은 지난해 감찰실을 통해 이들의 ‘재직시 비밀유출여부’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는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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