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목포의 눈물'이 있다면 보성의 벌교에는 '부용산'이 있다. 벌교의 해발 100m 남짓되는 나지막한 산 이름을 딴 이 노래는 50년 이상 호남 전역에서 널리 불리며 사랑받아왔다.그러나 작곡가(안성현)가 월북한데다 한동안 빨치산의 노래로 알려져 공식적으로는 금지됐던 사연많은 노래이기도 하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피어나지 못한 장미는 시들어지고/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이 노랫말을 쓴 시인 박기동(朴璣東ㆍ83)씨가 부용산 시비 제막식에 맞춰 한국에 왔다. 그는 93년 호주로 이민을 갔다.
시비는 서울에 있는 벌교 출신 인사들이 모은 돈으로 벌교번영회가 부용산 팔각정 옆에 건립, 벌교 읍민의 날인 10월 1일 제막식을 하게 된다.
"시비 제막식에 간다니까, 시드니에서 함께 등산 다니는 교민들이 산에서 저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면서 부용산 노래를 합창하더군요.
그걸 들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부끄러움도 모르고 흐느껴 울었으니까요. 나이가 들어 감상적으로 된 건지…."
박씨는 1947년 폐결핵으로 죽은 천사 같던 여동생을 부용산에 묻고 돌아와 이 시를 썼다.
그리고 이듬해 목포 항도여중에서 같이 근무하던 교사 안성현이 역시 사랑하는 제자를 잃고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가 태어났다.
애달프고 서정적인 이 노래는 해방공간과 전쟁 때 좌우대립으로 유독 많은 피를 흘린 호남 지역의 한과 맞물리면서 널리 퍼졌다.
박씨는 16년째 생식을 하고 31년째 요가를 한 덕분인지 고령이 무색하게 건강하다.
호주 정부의 특별수당으로 혼자 살고 있는 노시인의 꿈은 시집, 수필집, 단편집을 한 권씩 내는 것이다. 그는 벌교의 시비 제막식에 참석하고 지인들을 만난 뒤 10월 20일 떠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