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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제도의 틀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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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제도의 틀 다시 짜야

입력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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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을 거부하는 의사들의 폐업과 파업투쟁으로 환자들과 가족의 고통이 3개월간 계속되는 가운데, 의사단체와 정부 양측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엊그제의 결의에 따라 의대 교수들이 22일부터 병원에 복귀해 응급환자와 외래환자 진료가 정상화하고 있으며, 정부와 의사들의 협상 기운도 무르익고 있다. 의대교수협의회 전임의협의회 전공의협의회는 22일 3단체 대표자 회의를 열어 정부와의 대화 전제조건을 완화하고, 의사협회의 비상공동대표소위원회에 협상의 전권을 일임하기로 했다고 한다.구속자 석방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해 온 젊은 의사들이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임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은 희망을 갖게 하는 발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의약분업에 대한 김 대중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보도돼 더욱 고무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김 대통령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회견에서 “정부가 의약분업에 대해 좀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고 의료제도개선특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해 의료계 전반의 문제에 근본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의료관행을 뜯어 고치는 중요한 제도의 변혁을 시도한 데 대한 자성의 뜻도 담겨 있지만, 의료제도 전반에 관한 문제점에 착안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의약분업의 발전적 정착을 위해 관련제도의 틀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의협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의 고통과 희생에 값하기 위해서도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현행 의료제도는 정부가 70년대 의료보험 제도를 일시에 도입하면서 국민의 저항을 의식해 낮은 보험료_낮은 진료수가_적은 보험급여를 기본으 틀로 하여 정착시킨 것이다. 의료기관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보험혜택의 범위를 줄이고 보험진료의 질을 낮추었으며, 높은 약값 마진과 약품 랜딩비 같은 부조리와 타협해 왔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듯이, 의보급여 부당청구와 과다청구 관행은 모든 의료기관 공통이었다.

정부에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시킨 것만으로도 의사들의 투쟁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의료제도 개선을 다루는 대통령자문기구까지 얻어 냈다. 이제는 고통받는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제도개선에 힘을 모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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